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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선행
디도서 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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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은 디도에게 일관되게 말합니다. “이 말은 참됩니다. 나는 그대가, 이러한 것을 힘있게 주장해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하여금 선한 일에 전념하게 하기 바랍니다. 선한 일은 아름다우며, 사람에게 유익합니다”(3:8 새번역). 목회자가 성도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선한 일을 하라’는 교훈입니다. 바울은 이를 믿음의 아들 디도에게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습니다(1:8, 2:10, 14, 3:1, 8, 14). 3장밖에 되지 않는 짧은 편지에 ‘선행’에 대한 교훈이 무려 일곱 번이나 강조하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이런 교훈은 또 다른 믿음의 아들인 디모데에게도 권면한 내용입니다(딤후 2:21). 목회서신으로 알려진 디모데전․후서와 디도서에 ‘선행’이 이렇게 강조된 점은 오늘의 목회에도 적용해야 할 소중한 가르침입니다. 목회란 교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교인 수와 헌금액과 선교의 범위를 늘이는 데 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선행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 강도를 높이는 일이라고 이해합니다. 설교와 교육의 목적이 성도들에게 선행을 격동케 하여 세상을 섬기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기도이며 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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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칭찬받지 못하는 교회, 아니 존재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교회는 맛 잃은 소금입니다. 그래서 혼자 생각해 봅니다. 우리 동네에 우리 교회가 문을 닫으면 과연 큰일이 날까요? 섭섭해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요? 교인들은 우리 교회가 아니라도 가까운 이웃교회에서 주님을 열심히 더 잘 섬길 분들이니 굳이 이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목회자인 나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이 골똘해지니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나는 주님의 이름을 빌려 삯군 노릇을 삼십 년이나 한 불충한 목회자입니다. 사거리에 새로 빌딩이 들어섰는데 거기에 교회가 새로 입주했습니다. 사방 일 킬로미터도 안 되는 지역에 이미 교회가 열 개도 넘는데 무슨 사명이 대단해서인지 그 무모한 목회적 용기가 차라리 부럽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든지, 아니면 속히 교회를 해체하여 한국교회 숫자를 하나라도 줄이든지…. 정말 가을 노회에는 교회 폐쇄나 목사면직 청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희소성에라도 이바지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주님을 기망한 죄인이며 교인을 우롱한 무지하고 어리석은 목자입니다. 주님께 부끄럽고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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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그대에게 문안합니다. 믿음 안에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문안하십시오. 은혜가 여러분 모두에게 있기를 빕니다”(3:15 새번역).
바울이 믿음의 아들 디도에게 보내는 편지의 맺음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당시 세계는 복음의 불모지였고 특히 유대인의 방해가 심했던 시절입니다. 복음 전도자의 희생과 헌신을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알아달라고 할 수도 없던 시절입니다. 소수에 불과한 복음 전사끼리 서로를 대견해하며 안부를 묻는 모습이 감동입니다.
바울은 디도에게 “급히 니고볼리로 내게 오라”(3:12)고 명합니다. 나는 이 성구를 읽으며 목회적 성공이란 필요할 때 부르면 달려 올 사람이 있는가로 이해합니다. 바울과 디도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무슨 일을 계획하였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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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가치를 비웃고 교회의 권위가 추락하는 시대에 살면서도 믿음과 경건을 추구하며 진리의 지식과 영생의 소망을 부여잡고 사는 한 믿음의 지체들에게 주님의 따뜻한 동행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빕니다. 물질의 축복보다 성도의 선한 행실을 강조했더라면 오늘 이 땅의 교회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유구무언입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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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 : 455장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https://www.youtube.com/watch?v=z3XkvZOQZOE 2023. 7. 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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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설명 :
렘브란트 <수도사 복장을 한 티투스> 1660, 캔버스에 유채, 79.5×67.7cm,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렘브란트가 그린 티투스는 <디도서>의 주인공 디도는 아닙니다. 렘브란트가 사스키아를 통해 낳은 유일한 아들입니다. 하지만 티투스는 암스테르담을 덮친 흑사병으로 1668년 27살의 나이로 아버지보다 한해 먼저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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