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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문명, 불의 문명
불을 알고 불을 이용하면서 사람은 자연에서 벗어나 솟아오를 수 있었다. 불은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불은 힘(에너지)이다. 불을 이용한다는 것은 인간의 물리적 힘에 머물지 않고 다른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불을 사용함으로 추위를 이긴다. 불을 사용함으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불을 사용함으로 쇠를 제련할 수 있다. 불은 자연상태 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불을 담는 그릇이 물이다. 물이 불을 담아 생명을 낸다. 우주에 불은 많되 물은 많지 않다. 우리가 아는 한 지구에만 물이 있어 생명이 자란다. 학자들이 다른 행성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 물이다. 물이 있다면 생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불을 담지 못하면 고체다. 고체에서는 생명이 자라지 않는다. 물이 불을 너무 많이 담으면 기체가 된다. 역시 생명이 자라지 않는다.
인간의 문명이란 물을 기본으로 하고 불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과 문명은 물과 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불이 솟아오르게 하는 것이라면 물은 불을 담아 생명을 이룬다. 예수께서는 물세례를 받고 비둘기 같은 성령이 임하셨지만 사람들은 불세례를 더 중시하고 불같은 성령을 강조한다. 그것이 문제다. 균형을 잃은 것이다.
불의 문명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도 번제를 드린다. 물의 문명사람 들은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한다.
불이 고갈될 때 도시와 나라는 운명을 마친다. 중국의 왕조는 대개 2백년 정도 유지하다 망했다. 대 평원에 땔감이 고갈되면서 도시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개 5백년이다. 중국의 대 평원에 비해 땔감이 많아서 그렇다. 신라는 경주를 수도로 천년의 역사를 이어갔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헌강왕 때에 경주에서는 “숯으로 밥을 짓는다.”고 했는데 호화생활이라기 보다는 천년을 지내는 동안 인근의 모든 땔감이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 땔감을 가져와야 하니 가볍게 숯을 만들어서 가져온 것이다. 그것도 힘들게 되자 신라는 망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도시와 국가가 망하지 않는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부터 땔감의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급하고 빠르게 발전하는 현대의 기술문명은 불(에너지)의 문명이다. 물질문명, 기술문명이다. 문명이 발달하는 만큼 엄청나게 불을 소비한다. 그러면 물의 소비는 줄었는가? 불의 소비가 늘어난 만큼 물의 소비도 늘어났다.
불은 선물인가 재앙인가?
그리스 신화에서 불은 신이 준 선물이다. 그런데 그 선물은 신들의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지극히 사랑한 프로메데우스가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것이다. 그 죄가 너무 커서 프로메데우스는 3천 년간 카우카소스산의 바위에 묶여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해야 했다.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가 프로메데우스 에게 말한다.
“프로메데우스, 장래일을 미리 아는 자야! 너는 내 앞일까지 알면서도 네가 빚은 인간의 앞일은 모르는 자다. 사랑에는 작은 사랑과 큰 사랑이 있다. 네가 인간에게 기울인 것은 작은사랑이요, 내가 인간을 염려하는 것은 큰 사랑이다. 잘 들어라, 네가 내게서 훔쳐다준 불이 비록 오늘 인간의 좋은 종 노릇을 할지 모르나 장차는 인간의 나쁜 상전이 된다. ... 프로메테우스야! 너는 인간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다. 인간은 장차 저희의 부실한 믿음을 부끄럽게 여기는 대신 우리 신들이 세운 질서를 비방할 것이며, 저희가 바뀌는 대신 신들을 바꾸어 놓으려고 할 것이다. 프로메데우스야, 인간에게 미덕이 있는 것을 내 모르는 바 아니다. 그 미덕이 불을 다루면 불은 인간의 충실한 종 노릇을 한다. 그러나 불이 미덕을 태울 때는 우리의 올림포스도 잿더미가 될 것이다.”
불은 인간을 지극히 사랑한 신 프로메데우스의 선물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제우스가 경고한대로 -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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