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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버린 시대
예레미야 7:16~29
저는 성경을 읽을 때 두 가지 점을 유의합니다. 하나는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의 배경을 알려고 노력합니다. 맥락을 읽지 못하고 성경을 읽으면 이단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성경을 왜곡하여 인용하는 무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성경은 시대를 초월하는 말씀이지만 성경의 최초 독자가 그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를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그 성경을 오늘 이 시대와 저 자신에게 연결하여 적용하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성경은 그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이거나 단순한 남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성경이 생명력이 있다는 의미는 그 옛날에 고대 근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오늘 이 시대를 치유하고 나를 가르치고 지도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합니다. 그런 의미를 담아 읽는 예레미야서는 저의 마음도 비통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너 예레미야는 이 백성을 보살펴 달라고 기도하지 말아라. 너는 그들을 도와달라고 나에게 호소하거나 간구하지도 말고, 나에게 조르지도 말아라. 나는 이제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7:16 새번역). 이 대목에서 하나님의 아픈 마음을 읽습니다. 유다 출신의 농부 예언자 아모스는 이스라엘의 타락한 권력자와 부자들과 종교인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하나님께 “주 하나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야곱이 어떻게 견디어 낼 수 있겠습니까? 그는 너무 어립니다”(암 7:2 새번역)고 기도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내가 이스라엘을 다시는 용서하지 않겠다”(암 7:8)고 하셨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은 앗수르에게 멸망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130여 년이 지난 즈음 유다가 이스라엘의 길을 걸을 때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불러 예언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기도하지 말 것을 주문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기도하지 말라고 하신 시점은 종말 상황 가운데서도 마지막 시점입니다. 사랑과 인애가 많으셔서 늘 그 백성이 뉘우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하나님의 인내가 마침내 바닥났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자기들의 하나님인 나 주의 말에 순종하지도 않고, 어떤 교훈도 받아들이지 않는 백성이다. 진실이 아주 없어졌다. 그들의 입에서 진실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7:28 새번역)는 말씀 안에 담겨있습니다. 진실을 버린 시대에 하나님의 사랑도 바닥이 났고 그 인내도 고갈되었습니다. 유다 지도자들은 ‘진실’ 대신 ‘자기들의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온갖 계획과 어리석은 고집대로’(24) 살면서 하나님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그렇게 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버린 시대 한복판을 살고 있습니다. 시민을 섬기지 않는 악한 정부가 등장하여 온갖 궤계를 일삼으며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정의는 왜곡되고 평화나 사랑보다 증오와 대결을 앞세웁니다. 공정은 빈말이 된 지 오래고 몰상식과 몰염치를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교회조차도 그런 악행을 책망하기는커녕 한 통속이 되었습니다. 종말 현상입니다. 진실이 버려진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이런 시대에 신앙은 하나의 장식품 이상이 아닙니다. 교훈을 듣기 위하여 예배하는 것이 아니고, 순종하기 위하여 성경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시대에는 기도가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세 번이나 반복하여 ‘기도하지 말라’고 명하십니다. 참 막막합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기도하기에 늦은 시점이 바로 종말의 끝입니다. 오늘 이때가 그때가 아니기를 빌 뿐입니다. 저희가 애통하며 드리는 기도가 더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찬송 : 449 예수 따라가며 https://www.youtube.com/watch?v=t9PtqaEALV0
2023. 7. 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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