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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상황
예레미야 8:4~17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종말에 대한 가르침은 대체로 ‘개인적 종말론’과 ‘일반 종말론’입니다. 개인적 종말론이란 개인의 죽음을 종말의 일부로 보는 견해이고, 일반적 종말론이란 그리스도의 재림과 죽은 자의 부활과 최후의 심판을 다룹니다. 그런데 여기에 저는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사회적 종말(또는 역사적 종말)’입니다. 예레미야가 전하는 메시지의 주제는 종말적 교훈입니다. 이는 사회적이고 역사적 심판을 의미합니다. 종말을 사회적(또는 역사적)으로 이해하지 않으니까 사회와 시대에 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일이 생기고 심판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앗수르에게 주전 721년에 망한 것도, 앞으로 유다가 바벨론에게 망할 것도 모두 종말 상황입니다.
이를 인류 근대사와 연결하면 더 확실합니다. 이탈리아와 독일과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한 것도 종말 상황이고, 1989년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이 주도한 벨벳혁명 역시 시대적 종말을 의미합니다. 그후 구소련을 중심 한 동유럽이 붕괴한 것도 종말입니다.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축출이나 튀니지와 이집트의 재스민 혁명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쫓겨난 이승만이나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국정농단을 자행한 박근혜 등에게 내려진 단죄는 한결같이 종말적 교훈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심지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하나님의 경고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한한 에너지가 절실한 현대인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종말 메시지입니다. 현대인은 자발적 불편과 절제와 근면을 비웃으며 안락과 편리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지속 가능한 발전만이 인류의 살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류에게 하나님은 종말적 경고를 보내십니다. 그래서 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의 무책임한 태도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경고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탈핵이 답입니다. 이런 종말 상황을 지나면서 인류는 반면교사의 교훈, 즉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얻습니다. 그래야 세상과 시대는 전보다 조금 더 진보합니다.
그런데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예 들을 귀가 없어 종말 교훈을 무시하는가 하면 알면서도 돌이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 보았으나, 그들은 진실한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일을 하다니!’ 하고 자책은 하면서도 자신의 악행을 뉘우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들의 그릇된 길로 갔다. 마치 전쟁터로 달려가는 군마들처럼 떠나갔다”(8:6 새번역). 고대 전쟁에서 전쟁터로 나가는 말에는 눈가리개를 씌워 앞만 보게 하였습니다. 악다구니를 퍼붓는 역사의 반역자들은 사리를 분간하지 못하도록 증오의 편향된 이념과 달콤한 맘몬의 눈가리개를 사람에게 씌웁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누구라도 하나님을 거역하는 편에 서게 됩니다. 이런 이들의 공통점은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역겨운 일들을 하고도, 부끄러워하기라도 하였느냐? 천만에! 그들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얼굴을 붉히지도 않았다”(8:12). 무엇보다도 오늘 교회는 스스로 행한 악행으로 부끄러워하여야 옳습니다.
오늘을 종말로 인식하지 않으면 오늘의 구원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오늘 구원을 살지 못하는 이에게 과연 미래의 구원은 가능할까 의문입니다. 미래의 구원을 확신하는 자는 오늘 구원의 삶을 살아냅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종말은 현재적이면서도 미래적입니다. 개인과 미래의 어느 날 닥칠 종말을 준비하는 자세로 오늘의 구원을 살겠습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부끄러운 행동에서 벗어나겠습니다. 믿음과 용기를 주십시오.
찬송 : 206 주님의 귀한 말씀은 https://www.youtube.com/watch?v=7qN9wOzzZPQ
2023. 7. 23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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