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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에 가고 싶다”
예레미야 8:18~9:6
어제 제가 속한 교단의 선교사 단톡방에 ‘교회 폐쇄법 발의한 국회의원 79명의 명단과 국회의원 사무실 전화번호’가 올라왔습니다. 세상이 무너질듯한 탄식과 이런 때에 교회가 침묵하면 안 된다는 우국충정과 교회 수호 의지가 듬뿍 담긴 글이었습니다. 보나마나 뻔한 가짜 뉴스입니다. 이런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이가 선교사라는 사실이 참담하였습니다. 문화의 차이를 넘고 인종과 이념을 초월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가짜 뉴스를 가릴 지성도 갖추지 못한 처지도 딱하지만 이를 여기저기 퍼 나르며 그것이 교회를 사랑하는 길인 양, 하나님을 위하는 일인 양 착각하는 그 무지와 용맹이 가련하고 측은하였습니다. 분노를 부채질하고 충동을 부추기는 글에서 맹목적 증오와 섬뜩한 살기를 느꼈습니다. 어쩌다 교회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슬펐습니다.
그런데 그 선교사만 분노와 충동에 사로잡힌 게 아닙니다.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매일성경>을 따라 <예레미야>를 읽으며 주일 설교를 하다보니 요즘 참 힘들고 어렵습니다. 예레미야 시절의 유다 정국과 오늘 한국의 정치 상황이 신기하게 일치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시절 거짓 선지자와 직업 제사장의 부패상이 오늘의 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본문의 흐름을 따라 설교하다 보니 하나님의 분노와 책망, 그리고 예언자의 비탄과 절망이 설교의 골격을 이루는데 설교자인 저는 애궂은 교인들 앞에 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이 무슨 죄여서 매일, 매 주일 그런 설교를 들어야 하는지 제가 생각해도 안스럽습니다. 평안과 위로를 기대하고 왔다가 혼비백산 달아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하지만 예언자의 탄식은 오늘도 이어집니다. “나의 기쁨이 사라졌다. 나의 슬픔은 나을 길이 없고, 이 가슴은 멍들었다. 저 소리, 가련한 나의 백성, 나의 딸이 울부짖는 저 소리가, 먼 이국 땅에서 들려 온다”(8:18~19 새번역). 백성은 자신이 당하는 고난 때문에 탄식합니다(19, 20). 이것을 보는 예언자도 가슴 아픕니다(18, 19a, 21, 9:1). 그런데 누구보다 더 아파하는 분은 심판하시는 하나님입니다(19b, 22). 그런데도 백성은 하나님 앞으로 돌아올 줄 모릅니다. 예언자는 이런 백성을 떠나 ‘광야’에 혼자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백성을 버리고 백성에게서 멀리 떠나, 그리로 가서 머물 수 있게 하여 주면 좋으련만! 참으로 이 백성은 모두 간음하는 자들이요, 배신자의 무리이다”(9:2 새번역). ‘광야’는 하나님이 머무는 공간(출 19:1)입니다. 저는 예레미야가 자기 백성에게서 느끼는 환멸을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마치 제가 이 땅의 교회와 앞서 소개한 어떤 선교사와 같은 부류의 무지한 교인들에게서 느끼는 절망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해서입니다. 저도 광야에 가고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즈음에 다급한 기도 제목을 담은 카톡이 왔습니다. 중국에서 근래에 탈북자 2600여 명이 붙잡혔다는 소식입니다. 어제 하루만 170명이 붙잡혔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안전을 바라는 자녀의 애절하고 다급한 기도 부탁입니다. 이 글을 읽는 믿음의 벗들에게 함께 기도하기를 청합니다. 살길을 찾아 불가피하게 고난의 강을 건너 중국에 와서 숨죽여 살고 있는 우리의 부형모매의 안정을 위하여, 그리고 남과 북의 위정자들이 더 이상 전쟁을 획책하지 말고 평화에 전념하기를 위하여 마음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중국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안전을 위협받으며 늘 불안에 떠는 탈북동포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님께서 저들을 지켜 주십시오.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십시오.
찬송 : 286 주 예수님 내 맘에 오사 https://www.youtube.com/watch?v=A-asPSk9ZVI
2023. 7. 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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