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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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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노래를 가르치라”
예레미야 9:17~26
나라가 흥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민족 독립을 위하여 자기 몸을 아끼지 않은 이들이 있었고 국가의 꿈과 목표와 국정 지표를 정하고 그 초석을 깔고 실천한 수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몸과 마음을 바친 이들이 있었고 그런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제 몫의 분깃이 크지 않더라도 구슬땀을 흘려 국가 건설에 이바지한 노동자들이 있었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하여 독재를 몰아낸 민주 시민이 있었습니다. 건전한 자본으로 기여하고, 건강한 지성과 따뜻한 철학의 옷을 입혔고, 뛰어난 감각으로 문화 융성을 한 덕분에 이 나라가 이만한 위치에 이렀습니다. 이 수준에 오르기까지 남모르는 눈물과 수고한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잘나서가 아닙니다.
나라가 망하는 일 역시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와 교육과 종교와 언론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망가지고 무너지면 결국 나라는 망합니다. 나라의 망징패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로 저는 정치와 종교를 꼽습니다. 특히 정치의 역할이 큽니다. 정치가 부패하거나 무능하면 나라는 치명상을 입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가 부패한 나라치고 망하지 않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의 현실을 보면 걱정이 앞섭니다. 다행히 정치의 무능과 종교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삶의 가치와 철학이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의 민주주의란 유능한 지도자를 뽑는 데 중점을 두기 보다 악한 지도자가 민주적 방법으로 등장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제도들이 촘촘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권분립입니다. 시민 다수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고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행정권과 입법권과 사법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민주주의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생명 존엄과 민주적 가치와 절차를 소중히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이런 시스템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159명의 애꿎은 젊은이들이 한날한시에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도 누구 하나 사과를 하거나 책임지는 이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국책 사업으로 수조 원의 예산집행이 필요한 고속도로 건설사업도 하루아침에 백지화(또는 백지화를 부정)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 있음직한 수많은 시스템과 절차와 제도는 졸지에 사라졌습니다. 50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물난리에도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할 뿐입니다. 교권이 무너진 교육 현장에서 견디지 못한 교사의 슬픈 죽음 앞에서도 남탓만 합니다. 정작 공권력이 필요하고,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나라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무시당하고 조롱받고 있습니다. 악하고 무능한 지도자가 등장하였다고 나라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나라의 꼴이 바뀌고 격이 떨어지고 시민의 의식이 변할 수 있습니다. 약삭빠른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가치와 이상을 좇아 살기보다 실리와 욕망을 위해 살게 될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 못지않은 치욕입니다.
“시온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려 온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망하였으며, 이토록 수치를 당하게 되었는가?”(9:19 새번역) 예레미야는 여인들에게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부녀들이여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라 너희 귀에 그 입의 말씀을 받으라 너희 딸들에게 애곡하게 하고 각기 이웃에게 슬픈 노래를 가르치라”(9:20). 이 시대 역시 장송곡을 배워야 할 시대는 아닐까요?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주님,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통탄스럽습니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다 그렇습니다만 교회도 다르지 않아 속울음을 쏟습니다.
찬송 : 280 천부여 의지없어서 https://www.youtube.com/watch?v=WQyYAJCXTFI
2023. 7. 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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