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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고백
예레미야 18:13~23
하나님은 유다 백성에게 등을 보이고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17). 이는 하나님의 ‘돌아오라’는 말씀을 거부한 이들을 향한 심판입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예레미야를 제거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합니다. 예레미야는 이 사실을 하나님께 아룁니다. “백성이 나를 두고 이르기를 이제 예레미야를 죽일 계획을 세우자. 이 사람이 없어도 우리에게는 율법을 가르쳐 줄 제사장이 있고, 지혜를 가르쳐 줄 현자가 있으며, 말씀을 전하여 줄 예언자가 있다. 그러니 어서 우리의 혀로 그를 헐뜯자. 그가 하는 모든 말을 무시하여 버리자 합니다”(18:18 새번역). 예레미야는 유다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불필요한 존재이니 제거하자는 것입니다. 예레미야가 굳이 없어도 다른 제사장과 지혜자와 예언자가 있으니 백성에게 아쉬울 바가 없습니다. 도리어 다른 중재자들은 예레미야처럼 심판과 회개를 외치지 않고 평안과 위로를 전할 것입니다. 예레미야만 없어지면 질서가 유지되고 세상은 안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교회와 사회에는 예레미야 같은 예언자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무리들이 많습니다. 예언자의 말을 꼬투리 잡아 상대화하고 조롱하며 무시하는 일은 지금도 권력자들에 의하여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예수님도 그런 이들에 의하여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예레미야의 ‘저주의 기도’가 이어집니다. “그들이 이렇게 배은망덕하니, 그들의 아들딸들이 굶어 죽거나 전쟁에서 죽게 하여 주십시오. 그들의 아내들이 아들딸들을 잃게 하시고, 남편들을 잃어 과부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장정들은 전쟁터에서 칼에 찔려 죽게 하여 주십시오. 그들이 저를 잡으려고 함정을 팠고, 제 발을 걸리게 하려고 올가미들을 숨겨 놓았으니, 주님께서 그들에게 약탈하는 자들을 졸지에 보내 주셔서, 그들의 집집마다 울부짖는 소리가 터져 나오게 하여 주십시오. 주님, 저를 죽이려는 그들의 모든 흉계를 주님께서는 다 아시니, 그들의 죄악을 용서하지 마시고, 그들의 허물을 가볍게 다루지도 마십시오. 주님께서 진노하시는 날에, 그들이 주님 앞에서 거꾸러져 죽게 하여 주십시오”(18:21~23 새번역).
‘저주의 기도’는 다소 어색해 보여도 성경이 가르치는 기도입니다(시 35, 59, 69, 70, 109, 137, 140편). 스스로 원수를 갚지 않고 하나님의 정의로우심에 의탁하는 기도입니다(신 32:35) ‘저주의 기도’는 하나님께서 죄악을 대적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드리는 승리의 기도입니다. 청년 때에 학생 수련회를 인도하던 중 학생들이 회개 기도에 몰입하는 장면을 경험하였습니다. 당시로서는 ‘은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학생들이 무슨 그리 큰 죄를 지었다고 밤새워 통곡하고 괴로워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독재자에게 이용되기 너무 쉽고, 교회의 악한 지도자들에게 농락당할 위험이 많습니다. 물론 작은 죄에도 민감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은혜라고 수용할 수도 있지만 심판과 종말의 원인은 자기 안에 있기보다 외부, 곧 사탄과 그 하수인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저주의 기도’는 외부의 적에게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주기도문적 기도’입니다. ‘저주의 기도’는 죄가 얼마나 무섭고 심각한가를 알려주고 우리 안팎의 죄를 직시하게 합니다.
주님은 ‘저주의 기도’를 드릴 자격을 갖춘 유일한 분이십니다. 하지만 주님은 저주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저주를 대신 받으신 것입니다. 우리를 당당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저희는 ‘저주의 기도’를 드릴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죄에 매몰되어 한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주님의 십자가를 부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십자가를 의지하고 당당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찬송 : 336 환란과 핍박 중에도 https://www.youtube.com/watch?v=56Pi6dduQIw
2023. 8. 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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