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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도벳의 터
예레미야 19:1~13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한 퍼포먼스, 곧 한 상징 행동을 하게 하십니다. 예레미야는 토기장이를 찾아가 항아리 하나를 산 다음에 장로 몇 사람과 나이 든 제사장들을 동행하여 ‘힌놈의 아들 골짜기’에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외칩니다. 하나님의 무서운 재앙이 임할 것을 선포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죄를 유다 백성이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재앙을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소리칩니다(7, 9). 그리고 동행한 장로와 제사장들 앞에서 항아리를 깨트리게 합니다. 이 퍼포먼스의 결론에 해당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토기 그릇은 한번 깨지면 다시 원상태로 쓸 수 없다. 나도 이 백성과 이 도성을 토기 그릇처럼 깨뜨려 버리겠다”(19:11 새번역).
저는 예레미야서를 읽으며 조국의 암울한 운명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무당과 미신을 신봉하는 권력과 짝짜꿍이 되었습니다. 일제강탈기 때 신사참배 하던 교회가 환생한 듯합니다. 게다가 교권에 눈이 어두운 이들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를 함정에 빠트리고 위협하기를 예사로 합니다. 갖은 말로 헐뜯고 무시하고 조롱합니다(18:18). 예레미야가 당시 종교 권력자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듯 이 시대 정직한 주님의 종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진리와 정의는 더 이상 교회의 가치가 아닙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버렸습니다. 이를 인지한 교인들이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무능과 불공정과 독선과 무책임의 길을 치닫고 있습니다. 시민 보호를 위해 부여한 권력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기에 급급하고 상대의 허물을 들추는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사합니다. 상식은 물론 일말의 양심도 찾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힘의 향방에 주목할 뿐 진실과 정의와 평화의 가치는 외면합니다. 사람들은 돈이 되는 일에 골몰할 뿐 공동의 선에 무심합니다. 각자도생이 최선이며 결국 공동체성은 무너집니다. 공든 탑도 하루아침에 무너집니다. 이런 세상이 망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세상이 망합니까?
하나님께서 오늘 이 시대를 향해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내가 이 곳에서 유다와 예루살렘의 계획을 좌절시키고, 그들이 전쟁할 때에 원수들의 칼에 찔려 죽게 하고,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하고, 그들의 시체는 공중의 새와 들짐승의 먹이가 되게 하겠다. 내가 이렇게 이 도성을 폐허로 만들 것이며, 비웃음거리가 되게 하겠다”(19:7~8a). “예루살렘의 집들과 유다 왕궁들이 모두 도벳의 터처럼 불결하게 될 것이다”(19:13 새번역). ‘힌놈의 아들 골짜기’는 예루살렘 아래에 있는 골짜기입니다. 이 골짜기에 도벳 산당이 있는데 인신제사의 장소입니다. 유다 12번째 왕 아하스는 이곳에서 자기 아들을 바치기까지 하였습니다. 다행히 예레미야 시대의 왕 요시야는 이 지역을 싹 청소하고 쓰레기 소각장으로 삼고 이방인과 무연고자의 주검을 묻었습니다. 악취와 연기가 진동하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지옥을 ‘게헨나’(헬)라고 하셨는데 ‘힌놈의 언덕’이라는 뜻의 ‘게힌놈’(히)을 말합니다. 예레미야 시대의 유다도, 지금 우리 교회와 조국도 절망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하나님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가 너무 무지하고 안일하였음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더 이상 매장할 곳이 없는 공간, 오늘 저희의 공간이 힌놈의 아들 골짜기가 될까 두렵습니다. 은총을 거두지 말아주십시오.
찬송 : 179 주 예수의 강림이 https://www.youtube.com/watch?v=j5FJPTexmJE
2023. 8. 13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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