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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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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기야의 길, 구원부재의 길
예레미야 21:1~14
지금 유다가 처한 형편은 딱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바벨론의 위협이 극에 이른 시점입니다. 거짓 예언자들은 평화를 노래하였지만 실제로 유다의 운명은 바람 앞에 선 등불 같았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인지,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유다 왕 시드기야가 제사장 바스홀과 스바냐를 예레미야에게 보냈습니다. 시드기야는 요시야 왕의 막내아들로서 주전 597년에 등극하여 10년간 유다를 다스린 유다의 마지막 왕입니다. 요시야가 죽은 후 둘째 아들 여호아하스가 왕이 되었으나 3개월 만에 이집트 파라오 네카우 2세에 의하여 폐위되어 이집트로 끌려갔습니다. 이어서 왕이 된 첫째 아들 여호야김은 11년간 이집트의 봉신 역할을 하였으나 바벨론의 힘이 강해지자 충성의 대상을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바벨론이 이집트 원정에 실패하자 다시 이집트를 섬기다가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가 죽었는데 장례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어서 여호야김의 아들 여호야긴이 즉위하였지만 즉위 3개월 만에 바벨론으로 끌려가고 요시야의 셋째 아들 시드기야가 왕이 되었습니다. 시드기야는 반바벨론 친이집트 정책을 꾀하다가 결국 주전 586년에 바벨론에 의하여 나라는 망하고 두 아들은 눈앞에서 처형당하는 것을 보고 두 눈이 뽑힌 채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시드기야가 예레미야에게 체제의 종교인을 보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제발 우리가 멸망하지 않도록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여 주십시오. 바빌로니아 왕 느부갓네살이 우리를 포위하여 공격하고 있습니다. 행여 주님께서, 예전에 많은 기적을 베푸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기적을 베풀어 주시면, 느부갓네살이 우리에게서 물러갈 것입니다”(21:2). 바벨론의 침공이 현실화된 시점이었습니다. 국방력을 강화하여 자립 국가가 되는 꿈은 무너진 상태가 된 지 오래였습니다. 더 이상 외교술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남은 방법은 혹시 모를 하나님의 기적입니다. 이 기적은 과거 이집트에서 고난받던 히브리 백성을 구원하기 위하여 행한 기적(출 3:20)입니다.
시드기야는 평소에 하나님을 외면하고 하나님의 예언자를 괴롭히던 군주입니다. 예레미야가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할 때는 잡아 가두더니(20:1~2) 말씀이 실현되자 중재를 요청합니다. 물론 그런 중에도 하나님에 대한 확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혹시’, ‘행여’의 마음뿐입니다.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시온 불패의 신학’에 기대는 모양새가 측은합니다.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백성과 함께 하나님께 돌아와야 하거늘 시드기야는 하나님께 돌아와 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나라의 미래가 이처럼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이미 교회는 복음의 능력을 상실한 채 세속화의 길을 발 빠르게 걷고 있습니다. 교회는 체제의 종교가 되어 권력화된 지 오래입니다. 대통령은 민족을 악마화하고, 시민을 적대시하고, 나라의 구원을 외세에만 의지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2023. 8. 15 광복절 연설). 시드기야의 전철을 스스럼없이 밟고 있으면서도 호기를 뿜으며 건방을 떱니다. 망국노의 설움은 여전히 저희의 몫입니다. 너, 정년 시드기야의 길, 구원 부재의 길을 가려느냐?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자기가 가는 길을 자신이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이 땅의 교회와 정치 지도자가 걷고 싶은 길을 주님께서 막아주십시오. 이 민족과 교회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찬송 : 280 천부여 의지없어서 https://www.youtube.com/watch?v=WQyYAJCXTFI
2023. 8. 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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