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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 22:1~9
성전 뜰에 서서 성전의 붕괴와 유다의 멸망을 예언하였던(19:14~15)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왕궁으로 내려갑니다. 성전은 종교의 중심이고, 왕궁은 정치의 중심입니다. 유다의 멸망은 성전의 부패와 왕궁의 무능 때문에 도래하였습니다. 성전의 부패한 정신이 백성에게 전염되었고, 왕궁의 무능함이 세상에 퍼졌습니다.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예루살렘에 의인 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아, 예루살렘의 모든 거리를 두루 돌아다니며, 둘러보고 찾아보아라. 예루살렘의 모든 광장을 샅샅이 뒤져 보아라. 너희가 그 곳에서, 바르게 일하고 진실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을 하나라도 찾는다면, 내가 이 도성을 용서하겠다”(렘 5:1). 소돔과 고모라보다 더 극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오늘 이 땅이 꼭 그렇습니다. 교회는 부패하고 세속화되어서 자정능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주님은 원수 사랑을 가르치셨지만, 교회는 깃발을 높이 들고 반공을 소리칩니다. 역사의 갈등을 극복하고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나서지 않습니다. 화해의 손을 내밀지 못합니다. 오직 죽어갈 천국만 생각하고, 이 땅에서 그 복락을 더 많이 누리고 싶어 안달을 떱니다. 정부는 남 탓만 합니다. 책임을 방기하여 무능을 선전하는 부끄러움도 모릅니다. 무지하고 무능하고 무모합니다. 그러면서도 무죄한 자의 피에 주려있고, 약한 자 알기를 우습게 여깁니다. 가진 직무가 큰데 비하여 계속 헛발질만 하니 백성만 괴롭습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이에 기인합니다. 교회가 살아있으면 망할 나라도 재건합니다. 정치가 부패하면 아무리 강성한 나라도 하루아침에 쇠락하고 맙니다.
예레미야는 왕궁에 서서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나 주가 말한다. 너희는 공평과 정의를 실천하고, 억압하는 자들의 손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여 주고, 외국인과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거나 학대하지 말며, 이 곳에서 무죄한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하지 말아라”(22:3). 몇 번을 읽어보아도 좀 이상합니다. 주님의 말씀이기는 하지만 이 급박한 상황에 주시는 말씀치고는 너무 일반적인 말씀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바벨론의 침공을 코앞에 둔 상황, 민족과 나라의 운명이 경각을 다투는 때입니다. 이런 일반론을 말씀하실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사실은 하나님도 잘 아실 텐데 왜 이런 일반론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다시 천천히 성경을 읽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위기와 난국이란 일반론이 무너진 시점입니다. 심판이란 평소에 마땅히 해야 할 기본이 지켜지지 않을 때 불각시처럼 옵니다. 종말이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외면받는 때입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초지식이 소홀히 취급되는 상황이야말로 마지막 때입니다. 공평과 공의가 실천되지 않고, 고통받는 이들 편에 서는 일이 거북해질 때,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선대하는 일이 무뎌지고, 무죄한 자가 피를 흘릴 때(또는 덜 악한 자가 더 악한 자로부터 모욕을 당할 때)야말로 종말 상황입니다. 주님은 이런 일반론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을 약속의 파기로 인식하십니다. “그들이 또한 서로 대답하기를 ‘그들이 주 그들의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깨뜨리고, 다른 신들을 경배하면서 섬겼기 때문이다’ 할 것이다”(22:9). 아, 지금이 바로 종말의 때입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특별히 악해서 멸망에 이르는 게 아니라 하나님 백성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일들로부터 무심해질 때가 세상의 끝입니다. 주님, 열심히 믿음을 살겠습니다.
찬송 : 516 옳은 길 따르라 의의 길을 https://www.youtube.com/watch?v=zoISvzFfibU
2023. 8. 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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