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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너희가 부담된다”
예레미야 23:23~40
세상이 이런 적은 없습니다. 악한 세력이 강포한 힘으로 억압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시민은 온몸으로 저항하여 마침내 폭압을 극복하였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이들이 시민 위에 군림하며 국정을 농단할 때 시민은 촛불을 들고 분연히 응징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악하고 간교하고 거짓된 세력 앞에서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꽁무니를 빼는 세상은 살다 살다 처음 보는 풍경입니다. 얼굴도 이름도 학력도 가짜인데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으스댑니다. 문제는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이며 아부하고 아양을 떠는 군상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 앞머리에 교회도 있습니다. 가짜는 부끄러움도 없고 겸손하지도 않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자기 호주머니를 열어 가난한 이들에게 동정을 전해본 적이 없는 이가,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상대의 지갑 속에 있는 돈이라도 빼앗으려고 혈안이 되었던 이들이 광명한 천사처럼 위장하고 다닙니다. 그 당당함이 보기에 역겹습니다. 이 세상에 상식이 통하고 최소한의 양심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어쩌다 이런 세상을 살게 되었을까요? “죄악이 예루살렘의 예언자들에게서 솟아 나와서 온 나라에 퍼졌기 때문이다”(23:15). 참으로 뼈 아픈 말씀입니다. 세속의 사악한 습성이 거룩한 교회 안에 들어와 교회를 부패시킨 게 아닙니다. 교회의 오염된 물이 세상으로 흘러든 것입니다. 원죄는 교회에 있습니다. 진리를 말하면서도 진리를 따르지 않은 죄, 정의를 말하면서도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행동이 일상이 되어 온 세상이 죄악으로 넘치게 되었습니다. 변명할 수도 없고 남에게 핑계할 수도 없습니다.
“나의 이름을 팔아 거짓말로 예언하는 예언자들이 있다”(23:25).
“내 말을 도둑질이나 하는 이런 예언자들을, 내가 대적하겠다!”(23:30)
“나는 절대로 그들을 보내지도 않았으며, 그들에게 예언을 하라고 명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 백성에게 아무런 유익도 끼칠 수 없는 자들이다”(23:32).
주님은 그들, 예언자들을 부담스러워하십니다(33). 하나님이 그들을 보내지도 않았고 예언을 명하지도 않았지만(32), 그들은 꾸며낸 환상으로 예언하였습니다(26). 거짓말입니다. 개역 성경은 이를 ‘엄중한 말씀’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자기가 지어낸 말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도둑질하고, 거짓말로 백성을 오도한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하나님 신앙을 우상 숭배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는 “살아 계신 하나님, 우리의 하나님, 만군의 주의 말씀을 왜곡하는 것”(36)이어서 하나님은 “그들을 뽑아서, 멀리 던져 버리겠다. 그들뿐 아니라 이 도성도 함께 뽑아서, 멀리 던져 버리겠다”(39)고 하십니다. 오늘 이 땅의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공의와 공평을 일 떠 세우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거짓말과 사기죄로 하나님께 부담이 되는 대상이 되었다고 하면 지나친 망상일까요?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내듯 어디서 기묘한 꿈을 조작하여 그럴듯하게 설교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 심판의 대상이 되고 말 것입니다. 거짓 예언자가 등장하여 예루살렘이 멸망하듯 교회가 잘못하여 오늘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딱하고 송구할 뿐입니다.
원하지 않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대에도 낙심하지 않고 주님만을 바라보는 하늘 백성 위에 주님의 다스림과 섭리가 함께 있기를 빕니다. 종교와 종교인만큼 위장술에 능한 이가 드뭅니다. 오늘 이 세상이 이 지경이 되어 한숨이 절로 나는 이유는 교회가 거짓 예언자에게 농락당한 때문이라는 예언자의 말씀에 공감하며 가슴을 칩니다. 주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찬송 : 569 선한 목자되신 우리 주 https://www.youtube.com/watch?v=BeCDzKM9hbA
2023. 8. 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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