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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첫 금지국은 ‘방글라데시’
1980년대 우리나라에 비닐봉지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들 정말 신기해했다.
“이거 봐! 물을 담아도 안 새네?”라며 산에서 야영을 할 때 물을 길어오는 용기로 썼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닐봉지는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가볍고 싸고 물이 새지 않는 장점 때문에 비닐봉지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영어권에서는 플라스틱 필름으로 만들었다는 뜻으로 플라스틱백(plastic bag 플래스틱백), 폴리백(poly bag)이라고 한다.
최초의 비닐봉지는 1957년 미국에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샌드위치나 식빵, 채소, 과일 등을 담는 데 쓰였다.
본격적으로 비닐봉지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다. 비닐봉지를 값싸게 생산하는 공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폴리에틸렌(PE)에 많은 열을 가한 뒤, 녹은 수지를 관(튜브) 모양으로 성형한다. 모양이 갖춰진 뒤 냉각해서 질긴 봉지로 만든다.
지금도 그 디자인은 똑같다. 비닐봉지의 80%는 ‘민소매 러닝셔츠’ 디자인이다. 러닝셔츠 맨 아래만 붙이면 비닐봉지가 된다.
2000년대 이후 비닐봉지는 전세계적으로 5조개 정도 생산된다. 비닐봉지 9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석유는 자동차 1km 주행에 필요한 정도다.
장점도 있다. 비닐봉지를 만들면 종이가방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의 20~40%가 절약된다. 대기오염 정도도 적고 고형폐기물의 양도 더 적다.
그러나 문제는 폐기 단계에서 발생한다. 종이봉투는 쉽게 썩어서 분해되지만 비닐봉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잘 분해되지 않는 비닐봉지는 버려진 뒤 하늘을 떠돌거나 나무에 걸려 깃발처럼 펄럭이기도 한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나무 꼭대기에 걸린 비닐봉지를 ‘국기(國旗)’라고 부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국화(國花)’라는 별명도 있다.
바다로 들어간 비닐봉지는 해파리 등 해양생물과 헷갈린다. 죽은 고래 뱃속에서 비닐봉지 80장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25명의 돌 이전의 어린이가 비닐봉투로 인해 질식사한다는 보고도 있다.
1990년대 초반 인도의 라다크여성연합과 몇몇 시민단체들이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3년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비닐봉지에 세금을 도입했다.
방글라데시는 비닐봉지가 관개시설과 하수구를 막아서 수인성 질병을 일으킨다는 걸 알고 2002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사용시 징역형을 받는 나라들도 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모로코 모리타니 케냐 카메룬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뉴질랜드 등이다.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부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나라는 캐나다 미국 멕시코 브라질 차드 에리트레아 에티오피아 보츠와나 탄자니아 인도 중국 타이완 필리핀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다.
세금이나 기타 비용을 물리는 나라는 영국 덴마크 인도네시아 등이다. 니제르는 금지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피스의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인은 1인당 연간 비닐봉지 460개를 사용한다. 연간 소비량으로 보면 46만9200톤, 235억개를 사용한다. 이는 펼치면 한반도의 70%를 덮을 만한 양이다.
2010년 기준 유럽 주요국의 1인당 비닐봉투 사용량을 보면 핀란드는 4개로 우리나라의 1/100 수준이다.
기타 그리스 250개, 스페인 120개, 독일 70개, 아일랜드 20개 등이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는 전면금지국이다.
내일신문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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