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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일기240-8.28】 월담
건너편 학산빌라 담장 아래에 심겨진 넝쿨이 담을 넘어와서 뭐든 움켜잡을 것을 찾느라 하늘거린다. 잎사귀만 봐서는 ‘산마’같다. 하루종일 벽만 보고 앉아있는 내 책상 앞 창문 밖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줄기를 꽉 잡고 흔들며 반갑다고 악수라도 하고 싶다.
담장 너머는 학산빌라 1층에 사시는 할머니네 베란다 바로 아래라 마치 주인인 것처럼 땅을 일구신다. 베란다 문을 열고 바가지로 쫙쫙 물을 뿌리면 나는 얼른 창문을 닫는다. 그 물이 내 방까지 튀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를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담을 넘어온다.
오이를 심을 때는 오이 넝쿨이 넘어와 오이가 데롱데롱 달린 모습을 보기도 한다. 삼잎꽃이나 칸나, 동백꽃, 나리꽃... 꽃이 필 때는 꽃이 넘어온다. 날마다 벽만 보고 살아도 가끔씩 월담을 하는 녀석들 때문에 심심하지 않다. ⓒ최용우
【오두막 일기250-9.7】 체포
건너편 학산빌라 담장 아래에 심겨진 산마 넝쿨이 담을 넘어와서 뭐든 움켜잡을 것을 찾느라 하늘거리며 거의 땅바닥까지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담 너머에서 손이 쑥 올라오더니 산마 줄기가 슬슬슬슬 담장 너머로 딸려가 버렸다.
할머니가 탈출을 꿈꾸며 슬그머니 담을 넘던 줄기를 체포하여 끌어가버린 것이다. 낮에 심심해서 담 뒤로 돌아가 봤더니 끌려간 줄기는 다른 쇠파이프 기둥에 묶여 있었다. 도망가다 들킨 죄수를 다시 잡아와서 묶어 놓은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식물들은 한번 심긴 곳에서 평생을 사니 얼마나 답답할까? 하나도 안 답답하다. 식물들은 인간들이 모르는 자기들만의 의사소통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인간들은 그런 게 없어서 핸드폰 같은 불편한 도구를 사용한다. 인간들이 식물을 따라가려면 멀었다. ⓒ최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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