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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은 제거해야만 하는가?
열왕기상 2:36~46
성경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또 하나, 성경 속의 주인공, 예를 들면 아브라함이나 다윗처럼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이들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하나님의 뜻과 연관지어 긍정하는 일이 과연 성경 본래의 의도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성경 속 인물들에게도 과한 잘못과 심각한 실수를 쉽게 발견합니다. 그들의 오류와 잘못을 무조건 감싸는 일이 과연 성경 읽기의 바른 자세일까요? 하나님은 성경 속 인물들의 실수와 잘못에도 불구하고 ‘오냐오냐’하며 온갖 응석을 받아주는 분이실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응석꾸러기 같은 성경 인물들을 무조건 감싸는 분이 아니라 죄로 오염된 인간의 연약함과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큰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는 표본으로 그들을 삼으셨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제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성경 읽기의 방법이나 태도가 달라져야 합니다. 무조건 읽기보다 생각하며 읽어야 하고, 맹목적으로 읽기보다 신학적으로 일어야 합니다. 문자 뒤에 담긴 하나님의 의도를 읽어야 합니다. 성경은 해석해서 읽는 책입니다. 이를 방기하면 그리스도교는 우민화와 미신화의 길을 걸어 결국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뵙니다. 돼지우리의 진주처럼 복음은 그 가치를 잃고 맙니다.
오늘 본문은 솔로몬이 시므이에 대한 다윗의 유언을 실행하는 장면입니다. 시므이는 사울 집안의 사람으로 다윗이 압살롬의 난을 피해 예루살렘 왕궁을 떠날 때 “영영 가거라! 이 피비린내 나는 살인자야! 이 불한당 같은 자야! 네가 사울의 집안사람을 다 죽이고, 그의 나라를 차지하였으나, 이제는 주님께서 그 피 값을 모두 너에게 갚으신다. 이제는 주님께서 이 나라를 너의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셨다. 이런 형벌은 너와 같은 살인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재앙이다”(삼하 16:7~8)며 조롱과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이때 부하 아비새가 시므이를 죽이려 하였으나 다윗이 “그가 나를 저주한다고, 누가 그를 나무랄 수 있겠느냐?”(삼하 16:10)며 만류하였습니다. 다윗은 시므이의 말에서 자기를 돌아봅니다. 얼마 후 다윗이 압살롬의 난을 평정하고 환궁하자 시므이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아비새가 시므이를 죽이려 하였으나 다윗은 이를 만류하여 시므이를 살려주었습니다(삼하 19:16~23).
그런데 다윗은 죽기 직전 시므이의 악행에 대한 보복을 솔로몬에게 유언하였습니다(2:8~9). 그리고 솔로몬은 그 유언을 따랐습니다. 솔로몬은 시므이를 가택연금에 처했고 3년 후 시므이는 도망간 종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가택연금을 어겼습니다. 성경은 시므이의 행위에 정치적 의도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솔로몬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시므이를 응징하였습니다. 저승사자 역할은 아도니야를 죽이고(25) 제단 뿔을 잡고 발버둥 치는 요압을 죽인(34) 브나야가 맡았습니다(46). 이 일로 솔로몬의 왕권은 더욱 견고하여졌습니다(46). 하지만 건강한 적이 있어야 자신이 반듯해진다는 진리를 솔로몬은 아직 몰랐습니다. 정적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공생의 파트너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건강하고 당당한 정적이 있었다면 솔로몬 시대의 방탕과 우상숭배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정치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이 치열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이 비열합니다. 최근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프로고진이나 우리 근대사에도 쉽게 발견하는 정적 제거의 악행은 지금도 여전히 사악하게 진행 중입니다. 솔로몬도 몰랐던 일이니 기대난망입니다.
하나님,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인의 자화상이 추합니다. 정치인에게 경쟁자는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자신과 국민에게 이익입니다. 제발 이 시대 정치를 따뜻하게 하여 주십시오. 공생의 묘미를 보여주십시오.
찬송 210 시온성과 같은 교회 https://www.youtube.com/watch?v=JuB9pV5YDZM
2023. 9. 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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