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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열왕기상 4:1~19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최고의 전성기였습니다.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재현하지 못하는 안정된 나라, 부강한 시대, 이상적인 통치가 실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본래부터 일치와 화합의 가능성보다 갈등과 분열의 조짐이 컸습니다. 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열두 지파로 나누어져 분파 의식이 강했고, 작은 나라이지만 처한 환경과 여건이 서로 달라 불화하고 대립할 여지가 컸습니다. 나라가 번영과 안정을 실현하고 정의와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혜로운 정치와 온전한 리더십, 그리고 백성의 고른 지지와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시대를 구현한 다윗과 솔로몬의 배경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이 막 되었을 때 그의 왕권은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다윗 이후 왕권에 욕심을 가진 아도니야가 요압 장군과 제사장 아비아달과 모의하여 왕권 찬탈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솔로몬이 왕위에 오르자 왕권 경쟁자였던 아도니야를 죽이고 제사장 아비아들을 면직하여 낙향시키고 요압을 죽여 왕권을 강화하였습니다. 신정체제의 왕국이라는 점에서 이런 조치가 지나쳐 냉소적이기는 하지만 인간 사회에서 늘 있는 일이라는 면에서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행한 일은 솔로몬이 왕을 위한 왕국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가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는 모습에서 백성을 위한 왕이 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지도자란 모름지기 자기 욕망의 실현보다 백성의 안녕과 평화를 우선해야 하며, 자기 권력의 과시보다 정의의 질서를 앞세워야 합니다.
오늘 본문은 솔로몬 왕정의 주요 직책과 책임자들이 길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사장, 서기관, 기록관, 군사령관, 참모진 등 왕의 가까이에서 정사를 함께 논하고 실행하는 중앙 부처의 책임자가 거명됩니다. 그리고 12개로 나눈 지방 장관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추측하건데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기반으로 지방을 견인하므로 국가 동력을 실현하고자 합으로 읽힙니다. 조직과 직책은 중요합니다. 국가의 골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책임자는 더 중요합니다. 그들이야말로 나라의 성쇠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책임자입니다. 솔로몬은 다윗언약에 기초한 이스라엘을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지향하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12 지방 장관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습니다. 돌의 장관 벤아비나답(11)과 납달리의 장관 아히마아스(15)입니다. 이들은 솔로몬의 사위들입니다. 솔로몬은 많은 처첩이 있었습니다만 자녀들에 대한 기록은 매우 제한적으로 소개할 뿐입니다. 성경에 소개된 딸은 다밧과 바스맛뿐인데 그들의 남편이 12지방의 장관이 되었습니다. 아들 르호보암은 솔로몬이 죽은 후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11:43). 처첩이 많은 만큼 자녀도 많았을 것은 자명한데 성경은 솔로몬의 자녀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긍정과 부정의 생각이 겹칩니다. 왕의 가문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경망하게 실세노릇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고, 솔로몬에 버금가는 자녀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오늘 같은 민주제도 아래서도 가족은 유효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족이어서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성실한 공직자로서 역할은 별개입니다.
하나님, 이 나라의 많은 공직자가 반듯한 사명감과 따뜻한 봉사자의 자세로 일하게 하여 주십시오. 권력의 향방을 따르지 않는 당당한 역사의 책임자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2023. 9. 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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