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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히람
열왕기상 7:13~26
문화, 또는 문명이란 물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문화의 높낮이와 질을 따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문화가 고급이고 저급이냐를 정하는 일은 간단치 않습니다. 고대 문명을 메소포타미아와 인더스, 이집트, 황하 등으로 한정하는 일도 썩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4대 문명을 특정화하는 순간 다른 지역의 문화는 주변화되고 천시되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중세 문화에 게르만족과 바이킹족 등 야만족의 문화가 스며들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할 수 없습니다(여기서 야만족이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명인의 반대개념입니다). 로마네스크 말기의 건축물에 이런 현상, 야만족의 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피사의 사탑 기둥은 코린트 장식을 바탕으로 사람, 또는 괴물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로마네스크 전통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식입니다. 한마디로 하면 이런 장식은 야만인의 기술이었습니다. 한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늘 먹을 것을 찾아 대륙을 이동하는 게르만족에게 웅장하거나 화려한 건축미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입니다. 대신 그들은 작은 일상품에 정교하게 조각하거나 장신구에 매듭을 다는 등 세공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야만인의 세공술이 로마네스크와 만나면서 전에 없던 조각과 문양이 등장하였습니다. 야만인의 솜씨를 홀대하면 예술은 없습니다.
솔로몬 왕이 두로의 왕 히람에게 손재주가 뛰어난 대장장이를 보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대하 2:7). 이에 히람이 자기 이름과 같은 뛰어난 대장장이 히람(후람)을 솔로몬 왕에게 보냈습니다. 히람의 아버지는 두로의 대장장이였고 어머니는 납달리 지파 여인이었으니(14) 히람은 혼혈인인 셈입니다. 그런데 역대하 2:14에 의하면 히람의 어머니는 단지파 사람입니다. 성경의 두 기록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성경이 틀렸다고 쉽게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서 상상력을 동원하면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여인은 본래 단지파 사람입니다. 그런데 납달리 남자와 결혼을 하였다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 여인은 두로의 대장장이와 결혼하여 히람을 낳았다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습니다. 어쨋든 히람은 당시의 순혈주의 사회에서 능력이나 재능과는 상관없이 외면당할 수 있는 처지였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이 그를 요구하였습니다. 혼혈인이라 하더라도 그 능력을 인정하고 귀한 사역에 부름받은 이유는 그가 가진 재능 때문입니다. 유대인 속담에 ‘자녀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치면 평생을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입견에 빠져 출신과 외모 등 본질이 아닌 것으로 됨됨이를 지레 판단하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히람은 놋으로 성전의 두 기둥을 만들고 거기에 장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물두멍을 만들어 백합꽃 장식을 새겼습니다. 만일 히람의 손재주가 없었다면 성전은 밋밋했을 것입니다. 예술은 완성도의 끝판입니다. 건축에서 예술을 도외시하면 무의미해집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히람은 자신이 세우고 장식한 두 기둥을 ‘그가 세우다’는 뜻의 야긴, ‘그에게 힘이 있다’는 뜻의 보아스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한낱 하청기술자에 불과한 히람이 기둥의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바로 이것이 예술가의 특권이자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모방하는 예술가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기술로 사는 게 아니라 예술처럼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 남에게 있는 좋은 기술이 부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왜 제게는 흔한 잡기 하나 주지 않았을까 섭섭히 여기기도 했습니다. 오늘 깨닫습니다. 삶은 기술로 살게 아니라 예술로 살아야겠다고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찬송 : 35 큰 영화로신 주 https://www.youtube.com/watch?v=wkpa9a6r2ss.
2023. 9. 17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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