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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제정신
열왕기상 8:1~11
성전 건축은 7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성전이 완성되자 솔로몬은 다윗이 예루살렘 남동쪽 시온성에 예비한 장막에 있던 언약궤를 성전으로 옮겨왔습니다. 언약궤가 성전에 오기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습니다. 출애급 과정에서 백성이 광야 생활 할 때에 언약궤는 이스라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가나안에 들어온 후에는 실로(수 18:1, 삼상 1:3)에 있었고, 벧엘(삿 20:27)에도 있었습니다. 그 후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빼앗긴 후(삼상 4:11)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보관하였습니다. 이는 블레셋의 신 다곤의 우월함을 보이려는 방법이었지만, 이튿날 다곤 신상이 언약궤 앞에 얼굴을 박은 해 엎드러져 있었습니다(삼하 5장). 뿐만 아니라 백성 사이에 전염병이 돌고 온 지경에 쥐가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겁이 낫 블레셋에서는 언약궤를 갓으로 옮겼지만 아스돗의 현상이 재현되어 다시 에그론으로 옮겼습니다. 에그론 사람들은 심하게 반발하여 결국 이스라엘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벧세메스를 거쳐 기랏여아림의 아비나답의 집에 안치되었습니다(삼상 7:2). 다윗은 우여곡절 끝에 언약궤를 시온성에 안치하였습니다(대하 13장, 15~16장). 솔로몬은 성전 공사를 마무리하고 정중하게 언약궤를 새 성전으로 옮겨왔습니다. 언약궤는 하나님 임재의 상징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함께 하신다는 뜻을 가진 기호입니다.
“궤 속에는 호렙에서 모세가 넣어 둔 두 개의 돌판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두 돌판은,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뒤에, 주님께서 호렙에서 그들과 언약을 세우실 때에, 모세가 거기에 넣은 것이다”(8:9). 언약궤는 시내산 언약을 상징합니다. 시내산 언약은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6)에 기초하여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은 약속입니다(출 24:7~8).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본래 언약궤 안에는 십계명을 새긴 돌판 말고 다른 두 가지가 더 있어야 했습니다. “그 궤 속에는 만나를 담은 항아리와 싹이 돋은 아론의 지팡이와 계약이 새겨진 석판들이 들어 있었습니다”(히 9:4). 그렇습니다. 만나를 담은 항아리, 그리고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있어야 합니다(출 16:33, 민17:10). 그런데 두 돌판만 있다니 어떻게 된 걸까요? 추측컨대 솔로몬 시대에 이르기 전에 만나를 담은 항아리와 싹난 지팡이는 소실된 듯합니다. 그것이 언제 어떻게 소실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니 아쉽습니다.
언약궤 안에 담긴 세 물건은 한결같이 이스라엘 백성의 불순종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실체의 물건이 없더라도 그것이 의미하는 가르침과 정신이 반듯하다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만일 그 물건이 그렇게 소중하였다면 솔로몬은 히람을 통해 그것들의 모형을 만들어 보관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실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입니다. 요즘 이 땅에서 법치주의라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법을 다루는 이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정의로워지기보다 불공정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사를 법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법을 강조하면서 법 정신은 사라졌습니다. 정적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법을 이용할 뿐 법에 담긴 정신은 존중하지 않고, 남에게 까칠하게 겨눈 법의 잣대를 자신에게는 너그럽게 대합니다. 이런 현상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법의 타락입니다.
하나님, 우리 사회에 제자리를 잃고 있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는데 일 년 반이 넘도록 정치는 실종되었고, 역사 는 왜곡되었고, 법은 농탕질을 치고 있습니다. 제자리를 지키지 않는 이들과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주십시오.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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