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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유감
열왕기상 8:22~32
하나님은 성전보다 크신 분이십니다. “하나님, 하나님께서 땅 위에 계시기를, 우리가 어찌 바라겠습니까? 저 하늘, 저 하늘 위의 하늘이라도 주님을 모시기에 부족할 터인데, 제가 지은 이 성전이야 더 말하여 무엇 하겠습니까?”(8:27) 아무리 아름답고 웅장한 성전이더라도 하나님의 품격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 어떤 건물도 하나님 앞에서는 누추할 따름입니다. 하나님은 성경보다도 크십니다. 성경이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며 영감된 계시이며 구원과 삶의 도리를 가르치는 유일한 책이지만 인간의 언어로 기록된 이상 하나님의 우주적인 뜻을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성경이 불완전하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가 크고 위대하다는 말입니다. 세 살 난 손녀가 할아버지의 말뜻을 다 이해할 수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교회 역사에서 건물을 중심한 교회를 절대시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교회는 베드로의 고백(마 16:16~19) 위에 세워진 믿음의 공동체이지만 종교의 권력화 현상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교회를 절대시하고, 교회의 직분을 앞세우고, 사제와 평신도를 나누고, 제도와 형식을 강조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런 교회가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성경을 절대시한 이들이 있습니다. 성경을 이성과 믿음으로 해석할 책으로 이해하지 않고 맹목적 문자주의에 빠져 마술램프처럼 오용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일수록 그리스도교의 옷을 입은 미신 냄새가 납니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상속받은 자로서 하나님 나라를 오늘 여기서 살기보다 내세 천당을 사모하는 경향이 큽니다.
“주님의 종인 나와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이 곳을 바라보며 기도할 때에, 그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주님께서 계시는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들으시는 대로 용서해 주십시”(8:30). 이스라엘이 디아스포라가 될 것을 암시하는 듯한 기도로 들립니다. 솔로몬은 성전에 좌정하신 하나님을 정의와 공평의 하나님으로 이해합니다.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들으시고 주님의 종들을 심판하시되,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죄가 있다고 판결하셔서 벌을 주시고, 옳은 일을 한 사람은 죄가 없다고 판결하셔서 옳음을 밝혀 주십시오”(8:32). 솔로몬은 처음 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 나에게 구하여라”(3:5) 하셨을 때 솔로몬은 백성을 재판하고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였습니다(3:9). 그런데 솔로몬은 자신의 재판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재판장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전제하여 악인에게 벌을, 의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청합니다.
요즘 이 나라는 법치, 또는 법치주의가 시대인 듯합니다. 무슨 일이든 법대로 합니다. 작은 잘못에 과도한 법 적용을 하는가 하면 권력자의 큰 죄는 모른 체 합니다. 정의와 인권을 지켜야 할 검찰이 인격 살인에 앞장섭니다. 그러면서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런 법치주의라면 하나님에게도 죄를 물을 기세입니다. 독생자를 죽인 죄, 태초부터 이를 고지하여 인류를 기만한 죄까지 물을 기세입니다. 머잖이 하나님을 구속하겠다고 기고만장할 것 같습니다. 법 정신은 사라지고 법 기술만 난무하는 현실, 지혜는 찾을 수 없고 힘만 숭배합니다.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하나님, 오늘 주님을 향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이 나라의 근래에 지금처럼 상심한 때가 드뭅니다. 이 절망의 그림자를 주님께서 걷어주시기를 빕니다. 사악하고 추한 악인에게 징벌을 내려 주십시오. 무고한 이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2023. 9. 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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