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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희망인가?
열왕기상 8:33~43
하나님은 민족 신이 결코 아닙니다. 솔로몬이 지은 하나님의 성전은 당시 당시 이방 민족의 신전과 다릅니다. 민족 신을 섬기는 이들은 신전과 신을 동일시합니다. 신전을 찬양하는 일이 곧 신을 숭배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본문에 나타난 솔로몬의 기도에서 전혀 다른 결을 봅니다. 성전은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곳이지 그 이름(인격)과 동일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솔로몬의 기도에는 하나님을 불순종하므로 큰 난관에 처할 것을 전제하여 그 후 구원과 희망을 이어달라는 기도가 간절합니다.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주님께 죄를 지어 적에게 패배하였다가도, 그들이 뉘우치고 주님께로 돌아와서, 주님의 이름을 인정하고, 이 성전에서 주님께 빌며 간구하거든,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들으시고,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8:33~34). 솔로몬의 기도에 담긴 성전은 이방 신의 신전처럼 신전과 신을 동일시하거나 신전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성전은 희망이 끝난 때에 희망을 잇는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찬양하며 그 이름을 높이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시공의 희망이 다 상실되었을 때, 희망 끝의 상황, 더 이상 희망이 연장되지 않는 때에라도 절망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가르쳐주는 장소입니다. 성전이 있는 한 이스라엘은 영원합니다. 물론 후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에 의해 건물로서의 성전이 파괴되었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가슴에 있는 성전은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정신입니다. 바로 이 점이 하나님의 성전이 이방 신전과 다른 점입니다.
하나님은 민족 신이 아닙니다.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에 속하지 아니한 이방인이라도”(8:41) “이 성전을 바라보면서 기도하거든”(8:42) “주님께서는, 주님께서 계시는 곳 하늘에서 들으시고, 그 이방인이 주님께 부르짖으며 간구하는 것을 그대로 다 들어 주셔서, 땅 위에 있는 모든 백성이 주님의 이름을 알게 하시고,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처럼 주님을 경외하게 하시며, 내가 지은 이 성전이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곳임을 알게 하여 주십시오”(8:43). 하나님은 이스라엘이라는 한 민족의 신이 아닙니다. 다만 이스라엘을 본보기 삼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셨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민족 신으로 독점하여 하나님을 폄하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의 자리에 교회를 치환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사랑하시는데(요 3:16) 어떤 이들은 교회를 사랑하는 분으로 왜곡합니다. 우주의 하나님을 편협하고 옹졸한 신으로 격하합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가 성전은 아니지만 하나님 백성을 부르는 총칭으로서의 교회의 본질뿐만 아니라 역사와 전통에 담긴 기능과 역할을 신뢰합니다.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는 일과 건물을 숭배하는 일은 달라야 합니다. 본질로서의 교회가 있는 한 절망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교회가 희망을 잇지 못하는 현실, 도리어 교회가 있어 절망이 가속화되는 오늘 이 상황을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답이 궁색합니다. 성전이 희망이었듯 교회가 희망인가를 묻습니다. 과연 교회에 희망이 있나요?
하나님이 계셔서 이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악인은 여전히 번성하고, 의인은 핍박을 받습니다. 불의한 이들이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소심한 백성은 쥐 죽은 듯이 숨죽여 지냅니다. 이런 세상에서 교회라도 희망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가 있어 꿈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찬송 : 363장 내가 깊은 곳에서 https://www.youtube.com/watch?v=E8OPG5qJmPo
2023. 9. 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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