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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근에 어떤 논문을 읽다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다.
아주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기도를 할 때면 '하늘님'의 이름을 부르며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중국의 황제 외에는 하늘(상제)님의 이름을 부를 수 없다고 하여, 중국과 그 인근 국가에서 일반인이 하늘님의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함부로 '하늘님' 이름을 거명했다가는 중국 황제를 거역하고 반역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하늘님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을 매우 꺼리고 조심한 것이 물론이다.
심지어 왕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기도의 대상이 온갖 잡신이 되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조선조 세종 대왕때 왕이 직접 '하늘님'의 이름을 부르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이 나온다.
중국의 신하 국가 취급을 받던 조선의 왕이 대국의 황제의 뜻을 거스르고 감히 하늘님의 이름을 부르게 된 연유가 무엇었을까?
바로 나라에 큰 기근이 들어 국토가 바짝 타들어가고 백성의 삶이 파탄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세종 대왕은 '하늘님'께 장문의 기도를 올린다.
기도의 내용을 요약하면, 자신을 성찰해보건대 특별히 큰 죄과가 없는 듯 하지만 혹시라도 자신이 모르는 어떤 죄 때문에 나라에 큰 기근이 들어 백성들이 고통을 겪는 것이라면, 하늘님께서 자신을 벌하고 백성을 불쌍히 여겨 비를 내려달라는 것이었다.
(기도문을 여기 옮겨 적고 싶지만, 너무 길어 간단히 내용을 소개했다.)
세종이 성군이었던 까닭은, 그가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각종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렇게 백성의 삶을 자애롭게 돌봤을 뿐아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세종 대왕뿐이겠는가?
정상적인 사고방식과 심성을 가진 지도자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다들 이런 마음 자세를 품고 사는 법이다.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노무현의 회고에 따르면, 대통령의 자리란 것은 비가 너무 많이 와도 자기 탓 같고, 비가 너무 적게 와도 자가 탓 같으며,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다 대통령의 허물과 책임 때문인 것처럼 무겁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수출은 13개월 이상 적자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지갑은 팍팍하기 그지 없으며, 사회적 약자들은 돌봄과 공존의 대상이 아니라 성가신 장애물처럼 여겨지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도 전망이 지금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총선 때문에 정부 여당이 어떻게든 마약과 진통제 주사를 경제에 놓고 있어서 그렇지, 선거가 끝나면 그 후유증이 어떨지 가늠이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이란 자의 입에서는 매일 자화자찬만 나온다.
그리고 부정적인 일은 모두 남 탓이다.
국민의 한숨과 시름은 깊어가는데, 대통령은 별다른 성과도 없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연일 외국을 돌아다니고, 그 부하들은 갖은 못된 방법을 총동원하여 정적을 제거하는 일에만 총력이다.
내각에 새로 임명된 장관이란 작자들의 면면과 이력을 보면, 한숨을 넘어서 절망이 쓰나미처럼 몰려들 정도로 최악의 인선을 거듭하면서도 이를 시정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은 실수를 가장하여 야당에 불리한 악의적 오보를 내보내며, 만만한 진보 정부 때는 갖은 악다구니를 쓰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소위 지식인들과 진보인사들이 지금은 검찰이 무서워서인지 모두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냥, 한 마디로 각자도생의 시대고, 정의와 진실은 개에게나 쥐버린 듯한 무간지옥 같은 세상이다.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뜻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 편에서 볼 때는, 피눈물이 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욱 세종과 같은 지도자가 사무치게 그립다.
"하늘님이시여,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혹시 저의 허물 때문이라면 저를 벌하시고, 백성을 측은히 여기셔서 저들의 삶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굽어보살피소서"라고 울며 간구할 줄 아는 지도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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