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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에 의한 평화’라고요?
열왕기상 10:14~29
참 오랜만에 국군의 날 행사가 있었습니다(2023. 9. 26). 이상하게도 국군의 날이 10월 1일인데 며칠이나 앞당겨서 하였습니다.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 시가행진도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우리 국군의 위용과 각종 첨단무기를 선보여 시민을 안심시키고 상대 나라의 기를 꺾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질서정연하고 절도와 박력 넘치는 국군 장병의 모습을 보는 시민들은 적이 안심하고 생업에 충실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를 하지 않은 지가 십 년이나 된 듯한데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요란하게 다시 재활한 속내가 의아합니다. 그동안은 왜 이런 행사를 자제하였을까요? 거기에도 나름의 이유와 원칙이 있을 것입니다. 따져보면 세계 어느 선진 문명 나라가 국방력을 과시하는 퍼레이드를 도심에서 시민의 불편을 유발하며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있다면 아직 민주화에 이르지 못한 전체주의 나라라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행사를 하여서 시민을 안심시키고 국력을 뽐내는 일이 그다지 효과가 없으며 안보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일 것입니다.
이 행사가 있고 난 후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이 ‘힘이 평화를 지킨다’였습니다. 국군의 날 행사 슬로건도 ‘힘에 의한 평화’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운 이때 이런 슬로건을 내세운다는 점이 사유와 철학이 부재한 유치찬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와 ‘어떤 경우라도 전쟁을 막겠다’는 의지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큽니다. 힘에 의한 평화,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지만 저는 이 말에 숨긴 검은 의도를 압니다. 힘을 숭배하는 이들은 적을 만들어야 자기 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적이 없으면 일부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힘을 숭배하는 이들이 가장 참기 어려운 때는 평화 시대입니다. 그들은 증오를 부추기고, 욕망을 증폭시켜 소기의 목적을 이룹니다. 공을 세우고 상을 받고 영웅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러는 동안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인 시민은 고스란히 희생양이 됩니다. 기억하십시오. 힘이 평화를 지키지 않습니다. 평화가 힘입니다.
솔로몬은 지혜로운 왕입니다. 이집트에서 말과 병거를 비싸게 수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헷과 아람에 더 비싼 값을 받고 되팔았습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방위산업을 중계무역 하여 국부를 이룬 셈입니다. 영특한 것인지 사악한 것인지 따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솔로몬은 성전과 왕궁을 건축한 후에는 국고성과 요새를 계획 한대로 다 건설하였습니다(대하 8:1~6). 그의 군사력은 첨단무기인 병거가 1400대가 있었고, 용맹한 마병 부대가 12,000명이나 되었습니다. 주변 나라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국방력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금으로 방패를 만들었다’는 본문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솔로몬 왕은, 금을 두드려 펴서 입힌 큰 방패를 이백 개나 만들었는데, 방패 하나에 들어간 금만 하여도 육백 세겔이나 되었다”(10:14).
작은 방패도 300개나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금은 방패를 만들만 한 금속이 아닙니다. 아, 솔로몬이 만든 금 방패는 전쟁용이 아닙니다. 솔로몬 시대의 평화는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평화가 힘이 되는 시대였습니다. 예술이 힘이 되고, 문화가 힘이 되고, 지혜가 힘이 되고, 정의가 힘이 될 때 평화는 옵니다. 제발 거짓말에 속지 마십시오.
하나님, 세상이 ‘힘에 의한 평화’를 소리쳐도 교회는 못 들은 척 침묵하고 있습니다. 못 들은 것인지 듣고도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안타깝습니다. 교회가 주님의 평화를 배반하고 비웃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교회가 평화의 사도 자리를 잘 지킬 수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찬송 :342 너 시험을 당해 https://www.youtube.com/watch?v=jZS3R2ec5G0
2023. 9. 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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