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남북공동성명
열왕기상 12:25~33
시집살이 고되게 한 며느리일수록 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로보암은 백성의 편에서 르호보암 왕에게 선정을 베풀어주기를 요구하였습니다. 르호보암은 이를 거부하였고 전보다 더한 학정을 예고하였습니다. 이에 이스라엘 북쪽 열 지파는 분리하여 북 왕국 이스라엘을 세우고 여로보암을 왕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성경 독자인 우리는 여로보암이 솔로몬의 실정을 답습하지 않고 르호보암과 결이 다른 정치, 백성을 위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정치를 하였으리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여로보암은 북쪽 열 지파의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인 세겜을 왕도로 정하였습니다. 고대 가나안의 중요한 도성으로 그리심산과 에발산 사이의 골짜기에 위치한 세겜은 예루살렘 북쪽 66km 거리에 위치하였습니다. 예루살렘과 너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였는지 여로보암은 요단 동쪽에 브누엘을 건축하고 도성을 옮겼습니다. 예루살렘 궁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궁전을 세우려 하였을 것입니다.
여로보암에게는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자기 백성이 예루살렘 성전에 예배하러 갔다가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이 백성이 예루살렘에 있는 주님의 성전으로 제사를 드리려고 올라갔다가, 그들의 마음이 그들의 옛 주인인 유다 왕 르호보암에게로 돌아가게 되는 날이면, 그들이 자기를 죽이고, 유다 왕 르호보암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12:27). 그래서 여로보암은 이 난제를 풀기 위하여 금송아지 둘을 만들어 각각 베델과 단에 세웠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일은, 너희에게는 너무 번거로운 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아, 너희를 이집트에서 구해 주신 신이 여기에 계신다”(12:28). 정치지도자의 사악함과 정치인의 우매함을 봅니다. 이런 고민의 시점에 그 방법 말고 다른 방안은 없었을까요? 만일, 남 왕국 왕 르호보암과 북 왕국 왕 여로보암이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과 같은 공동선언을 하였다면 어땠을까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스라엘 백성이여, 우리 민족은 하나님의 은총을 힘입어 존재하였습니다. 우리는 종살이하던 민족이었으나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을 긍휼히 여겨 바다를 가르고 마른 땅처럼 건네게 하여 자유를 주셨습니다. 본래부터 이 땅에 거주하며 땅을 더럽힌 가나안 원주민을 물리치고 우리를 땅의 새 주인으로 삼으셨습니다. 오늘 부득이 우리는 남과 북으로 나누어졌지만 양국의 왕은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남북 왕국의 땅은 어디든지 별도의 통행권 없이 다닐 수 있습니다. 북쪽 백성은 자유롭게 예루살렘 성전을 찾아 예배할 수 있습니다. 남쪽 백성은 북쪽의 아름다운 헤르몬산과 멋진 경치를 관광할 수 있습니다. 친척과 친구 방문은 자유롭고 교통과 통신은 제한이 없으며 국방은 외국의 불량한 세력에 한해서만 작용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위하고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한편이 어려울 때 다른 편이 도울 것입니다. 지금은 분열되었지만 좋은 때가 오면 일치의 날도 만들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때까지 선의의 경쟁을 합시다. 지금 우리는 둘로 나누어져 있지만 원수가 아니며 적도 아닙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의 한 자손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하나님, 우리 민족에게도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어쩔 수 없이 나누어졌더라도 평화와 일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의의 경쟁자로 민족과 시민을 위하는 태도가 견지되기를 바랍니다. 갈등의 골이 좁아지고 주고받은 상처가 회복되게 하는 정치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3. 10. 5 목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