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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1. 내 주변 사람들은 거의 99.9% 동의하리라 믿지만, 나는 일단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냥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죽기살기로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2. 그래서 나는 '군대' 생활도 무척 열심히 했다. 훗날 (지금은 국방부에서 대령으로 근무하는) 동기 목사에게 들어보니, 내가 훈련소에서 너무 열심히 훈련을 받는 것을 보고 자기는 '쟤 혹시 또라이 아냐?'라고 오해를 했다가 얼마 후 '아 쟤는 매사에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3. 1996년 8월에 내가 맹호부대로 군종장교 배치를 받았을 때 주어진 임무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종교 행사 주관. 둘째, 장병 상담. 셋째, 장병 정신 교육(특히 자살 예방 교육 등).
뭐든지 열심히 하는 스타일 대로, 나는 초임 군종장교 몇 달 간 정말 열심히 했다. 본부뿐 아니라 예하 부대를 수없이 돌아다니면서 장병 정신 교육과 훈련장 위문도 부지기수로 했다. (나중에 계산해보니, 1년 간 13만km를 운전했다.)
초임 군종장교로 부임해서 장병 교육을 할 때면 항상 '군대 생활 열심히 잘 해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4. 그렇게 한 반 년쯤 지나니까, 내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그때부터 나는 장병 교육이나 상담 시간이 있을 때마다 병사들에게 '군대 생활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대충대충 해라, 죽거나 다치지 말고 무조건 건강한 몸으로 부모님께 돌아가라. 그게 효도이고 애국이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줬다.
그 이유는, 군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되어 큰 사고가 여러 차례 나서 병사들이 사망하거나 반신불구가 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가 지금부터 벌써 27년 전인데도) 사고가 나서 병사가 죽으면, 외아들인 경우가 많아서 한 가정의 대가 끊어지는 것도 많이 봤다.
그런 가슴 아픈 경험이 쌓이고 나서, 나는 병사들에게 늘 몸 잘 챙겨가며 설렁설렁 군생활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5. 영화 <웰컴투동막골>에 나오듯이, 훌륭한 리더는 국민(인민)을 배불리 잘 먹이는 사람이다. 또, 훌륭한 리더는 국민을 죽음 가까이 몰아넣지 않는 사람이다.
평화란 무엇인가? 거창하게 정의할 것도 없다.
평화란, 사람들이 안 다치고, 안 죽고, 안 굶는 것이다.
6. 나는 굥이 툭하면 '전쟁 운운'하며 무자비하고 철저한 응징과 복수를 다짐할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나곤 한다.
내가 볼 때 굥이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하나는, 본인이 군에 안 가봐서 그렇고,
또 하나는, 본인이 자식이 없어서 그렇다.
나처럼 군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뻘 되는 청년들이 무참히 죽거나 반신불구가 되는 것을 몇번만 봐도, 절대로 '전쟁' 운운할 수 없다.
7.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불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양쪽 모두 엄청난 숫자의 인명이 죽었고, 또 계속 죽고 있다.
하나의 고유한 생명이 죽으면, 그 순간 이미 평화는 해체된 것이다.
죽은 이는 억울하고, 남겨진 가족은 고통스럽고 아프다.
그런 세상은 무간지옥이다.
어떤 정치도, 이념도, 종교도, 사람을 죽이거나 굶길 권리가 없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의 지도자들은 모두 살인마들일 뿐이다.
8. 서울에서 북쪽으로 40km 지점에 자리한 북한은 어떤가?
북한의 방사(로켓)포는 1분에 1만발 이상을 수도권에 쏟아부을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개전 수일 내 최대 30만 명 사망이다. 만약 핵무기가 서울에 떨어지면 수백만 명이 죽는다.
그럼 남한은?
남한의 공격 능력도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다.
윤석열과 그 수하들이 전쟁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분명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쟁이 나면 양쪽 다 공멸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젊은이들이고, 그다음 여성과 노인들이다.
9. 따라서, 사람의 생명이 고귀함을 아는 지도자라면 어떻게든 전쟁은 피해야 한다. 전쟁은, 장난으로라도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남과 북은 모두 최악의 지도자를 만난 셈이다.
둘 다 뻑하면 전쟁 운운하니 말이다.
평화가 그리운 세월이다.
꼭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과 평양을 거쳐 만주와 시베리아로 뻗어나가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우리 젊은이들이 안 다치고, 안 죽고, 안 굶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자식을 군에 보내놓은 부모의 심정을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면 좋겠다.
평화가 우리 곁에서 함께 뛰놀고 거닐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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