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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길
열왕기상 16:15~34
오늘처럼 민주제도가 상당히 발전한 시대에서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백성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민주주의 절차에 대한 철저한 신뢰가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분명한지, 그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이 보여주는 모범성은 정당한지, 정치 철학은 건강하고 뚜렷한지를 살펴야 합니다. 특히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권력 행사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능히 할 수 있는 일도 스스로 자제하는 겸양의 도덕성도 검증되어야 합니다. 전에 어떤 대통령은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을 독대하지 않으므로 권력욕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기도 하였습니다. 어떤 대통령은 그 좋아하는 술을 임기 동안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을 정도로 그 위치를 무겁게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일 어떤 지도자가 전에 하던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여 매일 주색잡기에 분주하고, 정적을 없앨 궁리를 하느라 검찰을 동원하거나, 사리사욕을 위하여 국세청을 종 부리듯 하여 미운털 박힌 이를 혼내거나, 국토부 같은 정부 조직을 사유화하여 자기 친인척의 땅 주변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여 이익을 주게 하거나, 자기를 편들어 주는 부자들의 세금을 감하여 나라 살림을 위태롭게 하거나, 나라 안팎의 중요한 일을 무당이나 법사에게 자문하여 그 뜻을 받든다면 건강한 시민은 그에게 맡겼던 권력을 회수하여야 마땅합니다.
과거에는 왕이 되는 길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힘만 있으면 되었습니다.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중세에 들어서며 가문의 전통과 역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나 힘이 있다고 왕이 되는 게 아니라 왕의 가문에 속해야 왕이 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긴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합스부르크가(1273~1918)나 프랑스의 부르봉가(1589~1830)나 러시아의 로마노프가(1613~1917)가 그렇습니다. 나폴레옹은 힘이 있었지만 왕의 가문에 속하지 못했기에 왕이 될 수 없어 스스로 황제의 관을 썼습니다.
“유다의 아사 왕 제 이십칠년에, 시므리는 디르사에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으나, 그의 통치는 칠 일 만에 끝났다”(16:15). 이스라엘이 난리도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장군 시므리가 바아사 왕조의 엘라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시므리는 장군 오므리에 의하여 불과 7일 천하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진을 치고 있던 군대는, 시므리가 반역하여 왕을 살해하였다는 소식을 듣고서, 바로 그 진에서 그 날로 군사령관인 오므리 장군을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웠다”(16:16). 오므리는 왕이 되어 12년을 다스리며 사마리아성을 세워 천도하였습니다. 그가 죽은 후에는 아들 아합이 왕이 되어 22년을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성경은 이들 부자를 악한 왕으로 지목합니다. “오므리가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는데, 그 일의 악한 정도는 그의 이전에 있던 왕들보다 더 심하였다”(16:25).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그 이전에 있던 왕들보다 더 심하게, 주님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하였다. 그는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죄를 따라 가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앞질렀다”(16:30~31).
성경은 아합의 악행 가운데 가장 큰 잘못을 시돈의 공주 이세벨을 아내로 맞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31). 악한 이들은 자신이 악한 줄 모릅니다. 자기 아내가 얼마나 사악한지 모릅니다. 아니 모른 체 합니다. 그것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힘과 우상을 숭배하는 이들은 자신을 의의 병사로 착시하고 평화의 사도인 양 착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반입니다.
하나님, 악의 신기록이 갱신되는 이스라엘처럼 오늘, 이 땅에서도 역사의 퇴행이 속도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나라가 정상의 지향을 갖춘 나라가 되도록 주님께서 개입하여 주십시오.
2023. 10. 15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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