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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돔의 길을 걷는 한반도
오바댜 1:1~9
하나님은 민족 신이 아니라 우주의 신이십니다.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다스리십니다. 오바댜는 에돔의 멸망을 선포한 예언자입니다. 교만하기 이를 데 없는 에돔이 머지않아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네가 바위 틈에 둥지를 틀고, 높은 곳에 집을 지어 놓고는, '누가 나를 땅바닥으로 끌어내릴 수 있으랴' 하고 마음 속으로 말하지만, 너의 교만이 너를 속이고 있다. 네가 독수리처럼 높은 곳에 보금자리를 꾸민다 하여도, 네가 별들 사이에 둥지를 튼다 하여도, 내가 너를 거기에서 끌어내리고야 말겠다. 나 주의 말이다”(1:3~4). 에돔의 죄는 교만입니다.
에돔은 사해 남쪽 붉은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과 사막을 포함하여 아카바만까지의 땅을 다스렸습니다. 이스라엘과 에돔의 악연은 오래되었습니다. 에돔은 야곱의 쌍둥이 형 에서의 자손으로 이루어진 백성입니다. 에서와 야곱의 갈등은 출생 전부터 예고되었습니다. 그들이 어머니 리브가의 태중에 있을 때 ‘두 민족이 태중에 있고, 한 백성이 다른 백성보다 강하며 형이 동생을 섬길 것’(창 25:23)이라는 계시가 있었습니다. 이 예고는 에서가 사냥 후 시장하였을 때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동생 야곱에 팔므로 실현되었고, 그후 야곱은 속임수를 통하여 아버지 이삭이 장자에게 주는 축복을 가로채었습니다. 큰 소리로 울며 복을 간구하는 에서에게 이삭은 기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슬도 내리지 않는 땅을 주며, 칼을 의지하여 살 것을 예고하였습니다(창 27:38~40). 에서는 세일산에 거주하는 호리족을 몰아내고 그곳에 에돔을 세웠습니다. 이스라엘이 출애굽 과정에 에돔의 땅을 통과하겠다고 하였으나 에돔이 이를 거절하므로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하였습니다(민 20:14~21). 그들은 형제국이었지만 오늘 한반도의 남북한처럼 서로 적대적이었습니다. 사울부터 솔로몬 시대에는 이스라엘의 속국으로 있다가 이스라엘이 분열되자 암몬과 모압과 동맹을 맺고 유다를 공격하기도 하였습니다. 모압은 교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오바댜는 선포합니다. 그들은 형제 나라를 향해 자비를 베풀 줄 몰랐습니다. 오늘 한반도의 모습도 이와 유사합니다. 서로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면 누가 되었든 철저히 짓밟힐 것입니다. 동맹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7). 동맹은 영원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이 나라가 신뢰하는 혈맹이라는 것도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바댜는 ‘여호와의 종’이라는 뜻으로 유다인에게 흔한 이름입니다. 구약 성경에는 오바댜가 12명 등장하는데 대부분 제사장입니다. 오바댜서를 쓴 저자는 자신에 대하여 침묵합니다. 그래서 오바댜서를 쓴 예언자 오바댜가 누구인지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는 왜 자기소개를 생략하였을까요? 사람들은 누가 되었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려고 애씁니다. 쥐뿔도 되지 않는 권력을 자랑하고, 같지도 않은 학식을 들먹거리며 아는 체합니다. 그런데 오바댜는 자신에 대하여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이 ‘여호와의 종’ 같은 삶이 오늘 이 땅에서도 재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기를 바라지만 오바댜의 맑은 영성에 비해 저는 너무 탁하여 부끄럽습니다.
하나님, 저희는 은근히 자신을 적자로 인식하고 상대를 서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저와 저희가 에돔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형제 나라에 무자비하고 증오를 유발하는 나라가 바로 에돔입니다. 지금 이 나라 지도자가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주님, 에돔의 길에서 돌이킬 기회를 저희에게 주십시오.
2023. 11. 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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