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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돔적 사고
오바댜 1:10~21
우리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하는 인간 본성에 스며있는 악을 표현한 말입니다. 에돔의 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백성이 패망하던 그날, 너는 내 백성의 성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야 했다. 나의 백성이 패망하던 그날, 너만은 그 재앙을 보며 방관하지 않았어야 했다. 나의 백성이 패망하던 그날, 너는 그 재산에 손을 대지 않았어야 했다”(1:13). 에돔은 형제 나라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고소해 하였을 뿐만 아니라 약탈하는 무리와 함께 형제의 것을 탈취하였고, 고난에 처한 형제를 더욱 곤경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오바댜는 모압의 바로 그런 행위에 대하여 그대로 보응을 받아 망할 것을 예언합니다. “네 아우 야곱에게 저지른 그 폭행 때문에 네가 치욕을 당할 것이며, 아주 망할 것이다”(1:10).
지금 세계는 두 지역에서 큰 전쟁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였는데 1년 8개월간 전쟁을 치르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1만여 명에 이릅니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전쟁 발발 3주 만에 애먼 시민만 1만여 명이 죽었습니다. 두 전쟁의 기간과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보다 훨씬 악마적임을 알게 합니다. 두 전쟁에서 모두 희생자의 절반가량은 어린이와 여성입니다. 전쟁은 지도자가 일으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입니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공도 세우고 명예도 얻어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시민은 집과 가족을 잃고 위기에 내몰립니다. 소수의 영웅을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려야 합니다. 그래서 모든 전쟁은 악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날로 비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병원까지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에 유엔에서 휴전이 논의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기권하였습니다. 비겁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악한 일 가운데 가장 악한 일이 전쟁입니다.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지도자를 뽑는 이유는 전쟁을 막으라는 것이지 전쟁을 일으키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신 나간 지도자들은 증오를 부추기고 편을 갈라 전쟁놀이를 일삼습니다.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전쟁은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좋은 전쟁이란 없다. 마찬가지로 나쁜 평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존 F 케네디는 ‘인류가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해서 기쁜 일도 아닙니다. 승전은 패전 다음의 슬픔일 뿐입니다. 온갖 명분을 동원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일도 악이지만 전쟁 피해자를 자비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일,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일, 전쟁을 통하여 콩고물을 얻으려는 일도 악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후 이루어질 복구사업규모가 무려 980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에돔적인 사고입니다. 악합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도 악이지만 전쟁을 빌미로 돈을 버는 일도 선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에돔에게 경고하십니다. “내가 모든 민족을 심판할 주의 날이 다가온다. 네가 한 대로 당할 것이다. 네가 준 것을 네가 도로 받을 것이다”(1:15).
주님, 남의 슬픔을 무심히 보는 행위도 악행임을 깨닫습니다.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자의 처절한 절망을 공감하며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제 안의 에돔적 사고와 싸우겠습니다.
2023. 11. 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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