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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종교를 오용하지 말라!
10월 마지막 주일은 개신교 대부분의 교회가 종교개혁주일로 지킨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이태원 참사 1주기와 겹쳤다. 그러나 지교회에서 이런 사회적 참사에 대하여 추모 예배나 집회는 따로 하지는 않는다. 깨어있는 교회라면 목사의 설교나 대표기도에서 언급되는 정도이다.
이태원 10.29 참사가 여전히 우리사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명백한 사회적 인재임에도 책임있는 이들이 말로는 아픔을 함께 한다고 하면서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며,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가 여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국가 최고 지도자 윤석열 대통령이 특정한 교회를 지명하여 전례없는 예배를 만들고, 보여 주기 추모사를 했다. 아픔을 당한 희생자 가족들은 외면하고 정치적 추모를 한 것은 종교를 이용한 아주 나쁜 사례이다. 이에 우리들은 부득히 비판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그동안 윤대통령이 취임 예배를 특정한 이들만 놓고 한 것도 그렇고, 번번히 예배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이용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이번 일도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 갈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예배마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수단화 한 것으로 드러난 이상 비판을 비켜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추모예배가 외형은 예배라고 할지언정 본래적 의미의 예배는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심각하게 말해서 예배를 가장한 정치쇼에 불과한 것이었다. 우리는 지난 1년 반전에 “무속에 기댄 지도자는 안된다”라는 입장을 낸 예장통합교단의 지도자들로 이런 비판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 유감이다.
정치 과정에서의 잘잘못에 대한 것은 개인들의 입장에서 논할 일이지만, 예배마저 이렇게 오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특히 이런 일이 버젖이 보도가 된 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이는 우리 신앙과 교회법에 어긋난 일이기에 그 대상이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라도 잘못을 지적하고 깨닫게 하는 것이 교회 지도자들의 도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요구
1.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관계자들은 이번 영암교회에서 난색을 표했음에도 밀어 부쳐 급조된 추모예배가 신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잘못된 것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2. 영암교회와 당회는 신성하고 거룩한 예배를 정치인들에게 내준 것에 대하여 그 책임을 통감하고 회개하며 전국교회 앞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
3. 영암교회가 소속한 서울북노회는 숭고한 예배를 정치인들에게 들러리로 전락시킨 지교회의 부주의함에 대하여 경과를 조사하고 바르게 지도하라.
4. 모든 교회는 이번 일을 통하여 진실한 예배는 신령과 진정으로 준비되어 드리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예배가 인본주의나 자의로 진행되지 않토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5. 예배는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 드려지는 것임을 확인하고, 사람을 드러내고 뭔가 보여주려는 것은 결단코 금물이다. 이는 성령을 거스리고 훼방하는 죄에 해당함을 알고 되새겨야 한다.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영원히 사하심을 얻지 못하고 영원한 죄가 된다”(마가복음 3:29)
2023년 10월 30일
예장목회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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