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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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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이웃으로 살아가기]
"김요한 팬 클럽 만들어야겠어요!"
엊그제 회사 인근 세탁소 사장님께 들은 말입니다.
세탁소 사장님은 올해 70이 조금 넘은 할머니(?)입니다.
옷 관련 일을 한 지는 50년 째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여성 의류를 만드는 공장에 취직해서 옷을 만들다가, 결혼 후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세탁일을 배워서 세탁소를 차렸다고 합니다.
(예전에 아현동은 봉제 공장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도 곳곳에 옷 수선 집이 많습니다.)
할머니 사장님은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혼자서 옷감도 고치고, 드라이와 다림질까지도 도맡아 하다 보니 늘 바쁘고 피곤해보입니다.
저는 세탁소에 갈 일뿐 아니라, 세탁소 근처를 지날 때마다 일부러 커피를 타갖고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인생 사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돌아옵니다. 때로는 군고구마와 빵을 사갖고 들리기도 합니다.
비단 세탁소만이 아닙니다.
회사 인근의 카센터, 각종 식당들, 꽃가게, 옷가게, 국수 가게, 문방구에 갈 일이 있을 때도, 혹은 그냥 일부러 찾아가서 커피 한 잔 따라주면서 자영업자들의 넋두리를 장단을 맞춰 들어주곤 합니다.
그래서 이제 아현동 인근에서, 제가 한 번 이상 가본 가게 사장님은 모두 다 알고 지냅니다.
그냥 눈 인사 정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만나면 요즘 사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눌 정도는 되는, 그런 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번씩 들리는 가게 사장님들끼리, 이제는 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급기야는, 자기들끼리, 김요한 팬 클럽 하나를 만들기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 말에, 저는 정색을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제가 회사 인근 주민들의 좋은 이웃이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이웃이 되는 것, 그거 하나로도 인생을 잘 산 것 아니겠습니까.
기형도 시인이 이야기했듯이,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삶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일 겝니다.
주변 이웃들의 '애환'에는 무관심하면서,
목사들이 혼자 서재에서 열심히 종이에 쓰는 설교문이 공허한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인용하고 논리가 정연해도, 그런 설교는 가짜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런 '우'를 알게 모르게 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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