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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
욥기 18:1~21
몇 해 전 해양수산부는 ‘거꾸로 세계지도’를 배포하였습니다. 글로벌 해양 강국 도약이라는 취지,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거꾸로 된 세계지도가 낯설어 보였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넓은 대양을 향해 열린 마음가짐을 채근하는 듯하였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반도의 나라가 아니라 바다를 향해 얼마든지 뻗어갈 수 있는 나라라는 신선감과 의욕을 주었습니다. 이런 지도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스튜어트 맥아더가 1979년 제작하였습니다. 맥아더는 12살 때 이런 지도를 숙제로 냈는데 당시 지리 교사는 올바른 방식으로 다시 그려오라며 퇴짜를 놓았다고 합니다. 그는 유학 생활을 하던 중에 미국 친구들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의 밑바닥에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길광수 박사에 의해 1996에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지도가 처음 나온 것은 르네상스시대인 1566년 니콜라스 데슬리엔스(1541~1566)에 의해서였습니다.
유대인들은 해 뜨는 쪽, 동쪽을 앞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른쪽은 자연히 남쪽이고, 왼쪽은 북쪽입니다. 뒤쪽은 서쪽인데, 바다쪽(지중해)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시간상으로는 앞쪽이 과거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과거를 향한 민족입니다. 자손은 뒤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북쪽을 대개 위라고 생각하고 남쪽을 아래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허공에 떠있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구분이 없고 동서남북도 임의적인데도 이를 기정사실로 생각하였습니다. 객관성이 없는 사실을 고정관념화하면 생각이 화석화되어 유연성이 사라집니다. 남쪽은 좋고 북쪽은 나쁘다거나, 오른쪽은 의의 편이고 왼편은 악의 편, 또는 사회주의는 나쁘고 자본주의는 좋다거나, 남자는 용감하고 여성은 얌전하다, 이스라엘은 좋고 무슬림은 위험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런 생각에 빠지면 화석화되고 맹목화 되어 건강한 지성에 이르지 못합니다. 진리에 이르기에 버겁습니다.
예수님은 발상의 전환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죄인은 죽어 마땅하다는 일반론에 예외가 있음을 몸으로 입증하기 위하여 스스로 죄인이 받는 세례를 받으셨고, 흉악범이 달리는 십자가에서 처형당하셨니다. 그 예수님을 그리스도와 주로 믿는 이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예수님처럼 발상의 전환을 몸으로 살아내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보통 사람은 한결같이 땅을 중심으로 삽니다. 인생의 목적을 잘살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유명한 사람이 되는 쪽으로 삼습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더러는 거짓말도 하고 불의와 짝을 하며 종종 수단과 방법을 무시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다릅니다. 그리스도인은 땅을 살지 않기로 예수님에게서 배운 사람입니다. 땅의 가치에 메이지 않습니다. 자유케하는 진리를 따라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추구합니다. 땅에서도 하늘의 가치와 질서를 오롯이 살아냅니다. “악인이 그처럼 부자였어도, 이제는 굶주려서 기운이 빠지며, 그 주변에 재앙이 늘 도사리고 있다.”(18:12) 수아 사람 빌닷의 말은 가치관의 변화에 이르지 못한 언행입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오늘 이 땅에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자들 중에는 땅의 가치로 하늘을 살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용감무쌍한 일입니다.
주님, 발상의 전환에 이르지 못한 이들로서 자신을 그리스도인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땅의 욕망에 복무하면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 돌이킴의 기회를 주십시오.
2023. 11. 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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