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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힘이 되지 않을 때

묵상나눔 Navi Choi............... 조회 수 14 추천 수 0 2023.11.27 09: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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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힘이 되지 않을 때
욥기 21:17~34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예민한 신앙 이야기를 다룹니다. 1950년 가을, 평양에 진격한 국군은 전쟁 직전에 북한군에게 붙잡힌 14명의 목사 가운데에 12명이 처형당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국군은 12명의 순교자를 민주주의의 우월성과 정신적 승리의 상징으로 삼아 평양 시민에게 국가주의의 홍보 수단으로 삼으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생존한 한 목사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정신이상자가 되어 죽음을 면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생존자 신 목사는 교인과 교회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비난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12명의 처형을 목격한 북한군 소좌가 체포되면서 진실이 드러납니다. 12명의 목사는 신앙을 부인하고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죽었고, 신 목사는 당당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공산당에 저항하여 오히려 죽음을 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 신 목사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변절자였음을 거짓으로 고백하며 신자들의 조롱을 샀습니다. 그렇게 하므로 12명의 죽음을 순교가 되게 하였습니다. 신 목사의 거짓 고백이 가짜 순교를 진짜 순교가 되게 한 것입니다. 신 목사는 하나님이 침묵하는 시대에 고통과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인류에게 인간답게 사는 지혜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즈음에서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 자체가 허구이기는 하지만, 이때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을까요?
욥은 자신이 처한 형편을 신앙이라는 미명 아래 미화하거나 은폐하지 않습니다. 욥은 하나님의 정의로움을 질문합니다. 악인의 번영과 평안한 현실을 빗대어 하나님이 과연 정의로운 분이신가를 묻습니다. 그의 말은 하나님 앞에 불경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를 불신앙이라고 윽박지를 필요는 없습니다. 도리어 이런 현실에서 아무 소리도 못하는 이들이야말로 종교 중독자입니다. 욥은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정직하게 표현하였고 투명하게 알고 싶어하였습니다. “악한 자들의 등불이 꺼진 일이 있느냐? 과연 그들에게 재앙이 닥친 일이 있느냐? 하나님이 진노하시어, 그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신 적이 있느냐? 그들이 바람에 날리는 검불과 같이 된 적이 있느냐? 폭풍에 날리는 겨와 같이 된 적이 있느냐?”(21:17~18) 욥은 매우 단호합니다. “죄인은 제 스스로 망하는 꼴을 제 눈으로 보아야 하며, 전능하신 분께서 내리시는 진노의 잔을 받아 마셔야 한다.”(21:20) 우리는 욥에게서 먼 훗날에 있을 낙관적 종말론에 편승하여 현재의 불의와 악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삶에서 신앙이 힘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신앙이 삶의 동력이 되기는커녕 습관화되고 의식화되어 거추장스럽기까지 합니다. 주일에 교회에 안 가면 큰일 날 것 같아 억지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폭격>(2021)에서 테레사 수녀가 히포 프레데릭과 키스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테레사는 “이런 세상에, 벼락이 안치네요”하며 깜짝 놀랍니다. 하나님이 침묵하는 시대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욥의 아내 말처럼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는 편이 덜 억울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정의가 작동하지 않는 시대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예배에 참석해도 전처럼 감격스럽지도 않고 기도하여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욥이 그랬습니다. 그래서 욥의 말에, 그의 질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 욥을 편들어 주는 이가 없었던 것처럼 오늘 제 생각을 이해하고 현실을 동정해 주는 이가 드뭅니다. 하나님마저 부재하는 느낌일 때도 있습니다. 이 현실을 이겨낼 의지와 믿음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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