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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욥기 31:1~23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과 온도와 빛 등에 따라 몸의 색을 변합니다. 천적을 피하고 먹이를 쉽게 얻기 위한 생존법입니다. 강한 힘도 없고 날카로운 무기도 갖지 못한 생물은 그렇게 해서 생존합니다. 그래서 위장술을 무턱대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파충류인 카멜레온뿐만 아니라 나비나 메뚜기 등도 보호색으로 자기 몸을 주변의 빛깔에 숨깁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생존 수단인 셈입니다.
카멜레온처럼 환경에 적응을 지나치게 잘하는 사람을 기회주의자라고 합니다. 현대는 위장과 화장의 시대입니다. 전에는 한 듯 만 듯 한 화장술이 유행했는데 지금은 민낯을 알 수 없을 만큼 아주 진한 화장을 예사롭게 합니다. 이런 화장술은 대개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를 사회적으로 살펴보면 좀 슬픕니다.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연미를 무색하게 하고 인공미만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를 사회적으로 해석하면 이념과 생각, 지향과 취향 등 선명함을 요구하는 시대에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므로 살아남으려는 사회적 생존 수단처럼 보입니다. 성형술이 유행하고, 몸짱을 만들기 위한 헬스클럽이 돈벌이가 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속보다 겉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화장이 필요할 때가 있고 성형이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런 추세가 집단화 가속화되어 점점 겉과 속이 모호해진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많습니다. 겉으로는 신사인 척하지만, 실제는 음흉한 사기꾼들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고상한 지성인 인체 하지만 속은 텅 빈 깡통이기도 합니다. 몸은 건강하고 겉은 멀쩡한데 속은 병들었고 정신이 썩은 이들이 많습니다.
욥은 속과 겉이 일치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위장하거나 화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신앙하는 대로 정직하게 살았고 이웃을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맹세할 수 있다. 여태까지 나는 악한 일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속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내 정직함을 공평한 저울로 달아 보신다면, 내게 흠이 없음을 아실 것이다.”(31:5~6) 욥은 음욕과 속임수와 간음, 그리고 종들과 가난한 자들에 대하여 자신이 떳떳하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특히 종들에 대한 욥의 생각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나를 창조하신 바로 그 하나님이 내 종들도 창조하셨다.”(31:15) 이런 마음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욥은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노예가 된 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였습니다.
노예제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악습입니다. 사람이면서도 인격이 몰수된 상태로 살아야 했습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축화하는 일은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을 향한 불경입니다. 하지만 이를 깨닫고 고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근대 유럽에서 천부인권사상이 발흥하여 노예제도가 폐지되었고,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나 우리 근대사의 여운형 선생은 스스로 노비를 해방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인종에 대한 노예무역은 여전하였고, 미국은 이 문제로 내전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서아프리카의 모리타니는 1981년에야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지금도 인구의 20%가 노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노예제도는 없어졌지만 성과 노동을 착취하는 노예 상황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교회는 노예 문제에 대하여 소극적이었고, 노예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자들을 비난하였습니다.
주님, 고상한 척하는 사람일수록 위선이 깃들 곳이 많습니다. 저 자신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위선의 죄를 더 얹고 사는 비루한 존재입니다. 엎드려 용서를 빕니다. 욥을 본받고 싶습니다.
2023. 12. 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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