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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힘

묵상나눔 Navi Choi............... 조회 수 35 추천 수 0 2023.12.26 10: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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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의 힘
빌립보서 4:1~23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은 문자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구텐베르크1394~1468가 1440년경에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지식 정보 전달의 새장을 열어 무한한 가능성의 신세계가 열렸지만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전전긍긍할 무렵에 일어나 유럽 사회를 양분한 종교개혁은 인쇄 문화의 엄청난 호재가 되었습니다.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성 교회 문에 붙인 95개 항의 항의문은 들불처럼 유럽 전역에 번져나가므로 루터가 이를 취소한다고 소요가 찾아들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프로테스탄트는 문자를 중시하는 전통을 가졌습니다. 개혁의 샛별로 불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존 위클리프1320-1384는 성경 번역을 금하는 교황의 명령을 어기고 1382년에 라틴어 불가타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링컨의 말로 알려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말은 사실 위클리프의 말입니다. 당시 로마가톨릭교회는 그가 죽은 지 31년이 지난 1415년 콘츠탄트공의회에서 위클리프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1428년에 이를 집행하여 무덤을 파헤쳐 부관참시하고 그의 저작들을 불태웠습니다. 체코의 프라하대학교 총장이었던 얀 후스1320~1384도 성경을 보헤미아어로 번역하였습니다. 당시 교회 역시 콘스탄츠공의회에서 그를 이단으로 몰아 1415년에 화형에 처했습니다. 후스는 공의회 재판정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여, 나의 적들을 한 명도 남김없이 용서해주소서. 저는 주님의 말씀과 복음을 위해 이 두렵고 수치스럽고 잔학한 죽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기도하였고, 형장에서는 ‘오늘 당신들은 한 마리의 거위를 불사르지만, 당신들이 불사르지 못할 백조가 나타날 것이다’는 유언을 남기고 찬송을 부르며 죽음을 맞았습니다.
16~17세기 프로테스탄트가 문자를 중히 여긴 반면 로마가톨릭교회는 이미지를 중히 여겼습니다. 교회와 교인의 절반을 잃은 로마가톨릭교회로서는 미술을 통하여 유출하는 교인을 막고 잃었던 교인을 되찾으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바로크미술입니다. 미술은 정지된 연극 장면처럼 극적인 효과를 표현하였고, 교회당 건물은 더 화려해졌습니다. 반면 프로테스탄트 교회당에서는 이미지 제거 작업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칼뱅의 영향이 강했던 네덜란드 경우에는 더욱 심하였습니다. 이미지가 틀렸고 문자만 옳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교회 역사에 그런 지문이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문자를 중히 여기는 그리스도교의 전통은 사실 바울에 의해서라고 할 만합니다. 바울은 가는 곳마다 글을 남겼고, 어디서든 편지를 썼습니다. 로마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편지를 썼고, 나이가 들어 눈이 보이지 않아도 글 쓰는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은 논리정연 명료하였고, 따스했으며 때론 추상같았습니다. 빌립보교회에 보내는 그의 편지에는 감사와 사랑과 기쁨이 가득함니다. “빌립보의 교우 여러분, 여러분도 아는 바와 같이. 내가 복음을 전파하던 초기에 마케도니아를 떠날 때에, 주고받는 일로 나에게 협력한 교회는 여러분밖에 없습니다. 내가 데살로니가에 있을 때에도 여러분은 내가 쓸 것을 몇 번 보내어 주었습니다.”4:15-16 바울은 그들에게 따스한 말로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나에게서 배운 것과 받은 것과 듣고 본 것들을 실천하십시오 그리하면 평화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4:9
템브란트의 <책상에서 글을 쓰는사도 바울>1629~1630은 노쇠한 바울을 그리고 있습니다. 기력이 다해가는 노사도의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그의 오른손에는 여전히 붓이 들려있습니다. 렘브란트는 평생을 설교와 복음 담은 글로 살아온 노사도를 그려 오늘 우리의 웃깃을 여미게 합니다. 교회의 타락은 말이 글보다 앞설 때 나타났고, 교회의 부흥은 말보다 글이 앞설 때 실현되었습니다.
주님, 문자를 소중히 여겨온 그리스도교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들이 문자에 담긴 능력을 알아 말보다 글에 전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말은 곧 사라지지만 글은 천년도 더 갑니다.
2023. 12.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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