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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의 완전성
시편 97:1~12
성경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차오르는 감격과 송구함, 그리고 담대함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사람이라는 존재의 위대함에 경탄합니다. 이 땅을 살아갔고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인류 가운데 유일무이하게 존재하는 나 역시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물 가운데 가장 훌륭한 걸작품이라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며 넘치는 감사와 감격을 안고 삽니다. 빼어난 외모나 탁월한 지식과 재능은 없지만 다른 누구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비굴해지기를 부정하고 나다움의 주체성을 살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나는 내 안에서 하나님의 전능함을 봅니다. 하지만 사람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므로 하나님께 근심을 안겨드리기도 합니다. 자유의지의 남용으로 하나님을 배반하고 거역하며, 사랑해야 할 사람을 증오하고 전쟁과 분쟁을 부추기며, 창조 질서를 파괴하고 하나님께 대거리를 하며 하나님 나라의 오심을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나 역시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죽하면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창 6:6)고 하셨을까요?
성경을 가까이하며 그 말씀을 늘 상고하면서도 마음에 이는 선한 격동과 감동을 실천하는 일에는 한없이 게으르고, 의와 이가 부딪칠 때는 평소의 호기는 사그라들고, 정의로움과 평화를 위한 고난보다 편리와 안일과 나태에 이르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초라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은혜가 내 인생을 사로잡고 있는 한 하나님의 걸작품으로서 주체적인 삶을 당당히 살아야 한다고, 살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착한 일만 생각하고 선행만 일삼도록 프로그래밍 된 ‘착한 기계’가 아닙니다. 사람의 불완전성이야말로 하나님 창조의 극치입니다. 깨지기 쉬운 그릇일수록 소중히 다루는 법입니다. 가정에 약한 사람이 있으면 그가 가정의 중심이듯 우리 사회 역시 가난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사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때 세상은 좀 더 살만해집니다. 강한 힘을 자랑하는 이들만 득실대는 세상은 인류 공동체가 아니라 정글의 야만 사회입니다. 오직 힘의 잣대로만 세상을 판단하며 사랑과 긍휼을 약자의 윤리 정도로 폄훼하는 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짐승의 세상입니다.
“주님께서 다스리시니, 온 땅아, 뛸 듯이 기뻐하여라. 많은 섬들아, 즐거워하여라. 구름과 흑암이 그를 둘러쌌다. 정의와 공평이 그 왕좌의 기초다.”(97:1~2) 강한 힘이 약한 힘을 스스럼없이 겁박하는 시대에 하나님의 의로운 다스림을 기도하는 이들에게 시편 말씀은 큰 위로와 용기를 줍니다. 하나님의 다스림은 힘의 숭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사는 땅을 두렵게 하며(4) 양초처럼 녹아내립니다(5). 우상을 숭배하며 무가치한 것들을 자랑하는 자들은 수치를 당할 것입니다(6). 야만의 악한 시대가 종식되려면 하나님 백성의 호응이 필요합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아, 너희는 악을 미워하여라. 주님은 그의 성도를 지켜 주시며, 악인들의 손에서 건져 주신다.”(97:10) 비록 깨지기 쉬운 인생이지만 의인들의 선한 연대가 악을 추방하고 세상을 구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하나님의 빛이 임합니다(11). 완전하지 못한 이들이 일굴 완전입니다. 이를 하나님이 기뻐하십니다.
주님, 저희는 야만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힘을 숭배하는 이들의 야만 행위가 거침이 없습니다. 우상을 숭배하며 약자를 조롱하는 패악의 무리에게 의로운 심판이 있기를 빕니다.
2023. 12. 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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