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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신명기 6:10~25
이스라엘이 들어가 차지할 가나안 땅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자기 손으로 건설하지 않은 크고 아름다운 성이 있습니다. 온갖 좋은 것으로 가득한 집이 있고 잘 판 우물이 있습니다. 알뜰하게 가꾼 포도원과 올리브 밭이 있습니다. 이것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건설한 것도 아니고 돈을 주고 산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 건설하고 가꾸고 일구었습니다. 이스라엘은 그 땅에 들어가서 그 좋은 것을 누리는 은총을 받았습니다. 이 좋은 것을 향유하게 될 이스라엘이 기억할 것에 대하여 모세는 분명하게 언급합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될 때에, 당신들은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당신들을 이끌어 내신 주님을 잊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6:12)
이스라엘은 그 좋은 것을 공짜로 누리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집트에서 노예 노동을 통하여 이집트 문화를 융성시켰고 공동체적 삶에 기초가 되는 기간시설 건설에 기여한 바 있습니다. 이집트 땅에서 그 결과를 누리지 못한 것을 가나안에서 누리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억지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애씀과 수고는 어떤 경우라도 합당한 보상을 받는 것이 옳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명령과 규례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주님의 보호와 인도, 그리고 상급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에서 출생한 후손들에게도 이 사실을 분명하게 고지하므로 좋은 유산을 이어야 했습니다(6:20~21).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규례를 명하여 지키게 하시고, 주 우리의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셨다. 우리가 그렇게만 하면, 오늘처럼 주님께서 언제나 우리를 지키시고, 우리가 잘 살게 하여 주실 것이다. 우리가 주 우리의 하나님 앞에서, 그가 우리에게 명하신 대로 이 모든 명령을 충실하게 지키면, 그것이 우리의 의로움이 될 것이다.”(6:24~25)
오늘 우리가 누리는 좋은 것들은 우리가 만들거나 애써서 심은 것이 아닙니다. 제도적인 민주주의가 그렇고, 경제적 풍요도 그렇습니다. 자유스러운 언론 풍토와 사회적 약자의 삶을 건사하는 사회복지 제도가 그렇고, 자유와 평화에 대한 의지도 그렇습니다. 앞선 세대 누군가의 피땀 흘린 결과물을 오늘 우리가 향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물리적, 또는 제도적으로 만드는 과정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소중한 가치와 질서를 값없이 누리고 있습니다. 값없이 누리고는 있지만 값싼 것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오늘 우리는 앞선 세대가 이룬 경제와 민주주의, 언론 자유와 평화와 정의의 가치 등 좋은 유산을 까먹으며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습니다. 엉뚱한 지도자가 등장하여 힘을 숭배하고, 시민은 생각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국 교회의 신앙 유산도 그렇습니다. 오늘의 부흥과 번성은 앞선 시대 신앙인들의 눈물 어린 기도와 피땀 어린 실천적 신앙 덕분입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세속화를 부정하며 올곧은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운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금일 한국 교회는 좋은 유산을 물려받은 자의 겸손함과 감사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님, 자신이 파지 않은 우물에서 좋은 물을 마실 때 가짐직한 감사와 겸손이 식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사와 문화에 섬이 없듯 물려받은 유산을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고 잘 발전시키겠습니다.
2024. 1. 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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