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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 사랑의 이유
신명기 7:1~11
세상에서 잘 사는 사람이란 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래서 대개 사람들은 힘을 가지려고 안달입니다. 공부하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사업하는 것도, 대인 관계를 잘하는 것도 다 힘을 키우기 위한 방편입니다. 거짓말로 남을 속이고 거짓 이력서로 자신을 부풀리는가 하면 문서를 위조하여 탐심을 이루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힘을 갖게 되면 과정의 부당성은 쉽게 묻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는 한 마디로 나쁜 사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의 지도층이 이런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녀에게 ‘성실하라’거나 ‘정직하라’는 교훈은 시대에 뒤쳐진 꼰대들의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돈도 힘이고, 정치권력도 힘이고, 학식도 힘입니다. 힘이 숭배되는 세상에서는 종교마저도 힘입니다. 힘이 숭배되는 세상을 다른 말로 하면 정글의 법칙이 통하는 세상, 곧 짐승의 세상입니다. 불의한 힘은 다른 힘과 카르텔을 형성하여 그 힘을 더 악마화시키기도 합니다. 못된 정치권력은 욕망의 경제 권력, 그리고 기레기 언론과 동맹을 맺기도 하고, 거기에 배알이 없는 학문 권력을 끌어들여 역사를 왜곡하는 일은 자행합니다. 더 나아가 하늘의 가치를 상실한 종교 권력을 끌어들여 이 땅에 희망 없음을 실천합니다. 정치와 경제와 언론과 학문, 그리고 종교가 함께 하는 오각동맹은 난공불략의 욕망 결사체가 되어 이 세상을 확실하게 지옥으로 만듭니다.
신앙이란 힘을 숭배하는 세속사회의 흐름을 역행하는 일입니다. 힘이 정의가 아니라 정의가 힘이라고 믿습니다. 힘이 평화가 아니라 평화가 힘이라고 확신합니다. 세속사회에서 힘에 의해 억눌리는 이의 아픔을 공감하여 그를 기꺼이 자신의 일부로 환대하는 세계관이 신앙입니다. 사랑에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사랑하신 이유는 그들이 크고 번성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작고 보잘것없어서 입니다.
“주님께서 당신들을 사랑하시고 택하신 것은, 당신들이 다른 민족들보다 수가 더 많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들은 모든 민족 가운데서 수가 가장 적은 민족입니다.”(7:7)
나는 농군의 자식입니다. 어렸을 때 옥수수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는데 강제로(?) 동원되곤 하였습니다. 옥수수 씨앗을 뿌리고 며칠 지난 후에 푸석한 흙을 밀어 올리고 뾰족한 순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거름기가 덜한 곳에서 싹을 틔운 옥수수는 여간 부실한 게 아닙니다. 아버지는 그런 곳을 잘 보아두었다가 닭똥을 썩혀 만든 퇴비를 듬뿍 뿌려주곤 하였습니다. 얼마 후에 보면 거름기를 머금어 다른 곳 못지 않게 푸릇하게 자란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장 연약한 자를 사랑하는 곳에 하나님의 뜻은 펼쳐집니다. 강자를 향한 맹목적 사랑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 우상숭배입니다.
주님, 약하고 보잘것없은 자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좋습니다. 그 은총 덕분에 잘난 것 없는 저 같은 존재가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은총에 담긴 사랑의 가치를 따라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4. 1. 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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