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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기억
신명기 8:11~20
사람은 망각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망각이란 매우 선택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꼭 기억해야 할 일은 쉬 잊고, 빨리 잊어버려야 할 일은 오래 기억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남에게 베푼 작은 온정과 선대는 오래 기억하고, 남으로부터 받은 큰 은혜는 쉬 잊습니다. 남으로부터 받은 작은 상처는 오래 기억하면서도 남에게 입힌 큰 상처는 빨리 잊어버립니다. 적절하지 않은 망각과 깊게 각인된 기억은 복이 아니라 화 일 수 있습니다. 잊을 것은 잊어야 하고, 기억할 것은 기억하는 적절함이 필요합니다.
좋은 기억력이 성공의 모토라면 망각은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특히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관은 죄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누가 되었든지 죄인입니다. 아담 안에서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으로 죄의 신분에서 풀려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죄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죄의 이끔과 유혹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와 능력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어둠과 절망을 향하여 맥없이 끌려갔지만 이제는 밝음과 희망을 향하여 달음질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런 상태를 ‘의인’이라고 말합니다. 의로워진 인생에게 감사와 감격이 넘쳐야 하고, 긍정과 자유의 에너지가 솟구쳐야 합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왕자와 거지>에서 거지였던 톰이 왕자 에드워드와 옷을 바꿔입고 왕자 노릇을 하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소설에서 그리스도인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옛사람의 부정적인 습성을 기억하느라 오늘 변화된 자신의 긍정적 신분을 망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늘 자신의 죄를 슬퍼하며 하늘을 향해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침울하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사는 일이 그리스도인 다운 삶이라고 가르쳐서도 안 됩니다.
“오늘 내가 당신들에게 전하여 주는 주님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8:11)
모세는 계속되는 <신명기> 설교를 통하여 출애굽 2세대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주지시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배불리 먹고, 좋은 집에서 많은 재산을 거느리게 살더라도 하나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반복하여 강조합니다.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라고 강조합니다(14). 가나안 땅에서 이스라엘이 누리는 은총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조상과 맺은 약속에 기인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18). 그것이 탐욕과 우상의 노예가 되지 않는 길입니다. 여행지에서 목적지와 일정에 몰두한 나머지 여행 자체의 자유와 즐거움을 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자신이 우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위기입니다. 풍요의 때가 오더라도 고난의 때에 받았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 오늘 저희도 풍요로움이 지나쳐서 하나님의 은총과 선한 이끄심을 잊거나 부정하기 쉽습니다. 은혜는 오래 기억하고, 상대의 과실은 용서하여 잊어버리고 싶습니다. 교만에 이르지 않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2024. 1. 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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