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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신명기 9:13~29
본문에 나타난 모세의 설교는 과거 이스라엘 백성의 두어 가지 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40여 년 전 모세가 하나님의 산에서 밤낮 사십일을 지내며 하나님의 계명을 듣고 하나님께서 쓰신 두 돌판을 들고 내려오던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때 산 아래 남아있던 이스라엘 백성은 지도자 모세가 산에서 더디 옴에 불안을 느껴 우상을 만들고 광란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스라엘에 대하여 하나님은 ‘고집이 센 백성’(13)이라고 평하십니다. 분노하신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말리지 말아라. 내가 그들을 멸하여, 하늘 아래에서 그들의 이름을 없애버리겠다. 그 대신에 내가 그들보다 강한 많은 민족을 너에게서 나오게 하겠다.”(9:14)
이때 모세는 하나님께 기도하여 하나님의 뜻을 돌이키셨습니다(19). 모세로서는 자신을 통해 강한 민족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만 개인의 영달과 명예보다 민족의 안위와 공동체의 보전을 우선하였습니다. 지도자란 이래야 합니다. 만일 모세가 힘을 숭배하는 지도자였다면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반겼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 지도자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이 잡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하여 증오를 부추겨 민족을 이간질하고 전쟁을 획책하는 이들이 지도자인양하는 세상이 슬픕니다. 저들은 민족의 지도자가 아니라 민족의 반역자이며 역사의 퇴보를 실행하는 우상 숭배자입니다. 좋은 지도자란 설사 자기 영광이 주어지더라도 사양하는 자이며, 자기 몫의 권한이라도 다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의 죄 가운데 다른 하나는 다베라의 불평과(민 11:1~3) 맛사의 시험(출 17:7)과 기브롯핫다아와의 탐욕(민 11:31~34)으로 주님을 노엽게 한 일(23), 그리고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인접한 가데스바네아에 이렀을 때에 “올라가서 내가 너희에게 준 땅을 차지하여라”(9:23)고 하셨지만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그를 믿지 않고 그의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9:23). 하나님께서는 불평하고 원망하였고 욕심을 드러내는 이스라엘 백성을 멸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25). 이때도 모세는 밤낮 40일을 엎드려 기도하였습니다.
“주 나의 하나님, 주님께서 이 백성을 강한 손으로 이집트에서 인도하여 내시고, 주님의 그 크신 힘으로 속량하셨으니, 주님의 소유인 이 백성을 멸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의 종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을 생각하셔서라도, 이 백성의 고집과 악과 죄를 보지 말아 주십시오.”(9:26~27)
기도하는 모세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진노 아래 멸망 받았을 것입니다. 무지하고 몽매한 백성은 늘 불평과 원망을 입에 담고 살지만 좋은 지도자가 있기에 이스라엘 민족이 보전될 수 있었습니다. 지도자란 힘을 숭배하는 자가 아니라 힘의 한계를 절감하여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자이며, 미신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이며 백성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시민을 섬기는 자입니다.
주님,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지도자를 주십시오. 시민이 위임한 힘을 시민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나쁜 지도자를 다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당연한 권한도 사용하기를 망설이는 법입니다. 화해와 정의로운 지도자를 이 땅에 주십시오.
2024. 1. 2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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