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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훈
신명기 10:1~22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1919년 9월 임시정부에서 선출된 이승만 대통령이 탄핵(1925) 된 후 제2대 대통령에 오른 독립운동가 박은식 선생은 그의 <한국통사>에서 “나라는 멸할 수 있으나, 역사는 멸할 수 없다. 나라는 형체와 같고 역사는 정신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존속해 멸망하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할 때가 있다”고 썼습니다. 형체보다 정신이 중요하다, 국가보다 역사가 우선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민족 역사란 민족 공동의 기억에 터하기 마련입니다. 이스라엘에게 출애굽은 민족 정체성의 기초이자 민족 지향의 방향성이었습니다. 그들은 극소수의 행복을 위하여 다수의 불행을 공고히 하는 시대와 사회에서 노예로 살았습니다. 이집트는 자신이 행복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에게 불행을 강요하는 사회였습니다. 그런 사회는 자연히 힘이 숭배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애굽 사건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며 품부된 은총을 누리는 일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특이한 사건인 셈입니다. 민족 공동의 기억을 가진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끊임없이 말합니다.
“이 세상에는 신도 많고, 주도 많으나, 당신들의 주 하나님만이 참 하나님이시고, 참 주님이십니다. 그분만이 크신 권능의 하나님이시요, 두려우신 하나님이시며, 사람을 차별하여 판단하시거나, 뇌물을 받으시는 분이 아니시며, 고아와 과부를 공정하게 재판하시며, 나그네를 사랑하셔서 그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10:17~18)
모세가 언급하는 하나님이 바로 출애굽을 지지하는 이스라엘의 신이십니다. 그 하나님은 강자의 횡포에 분노하시며, 약자의 억울함에 귀를 기울이시며, 높은 자의 수탈을 참지 못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런 신인식 아래 민족 삶의 방향과 지표를 정했습니다. 그것은 보호자가 없는 고아와 기댈 언덕이 없는 과부를 사랑하는 일이고, 대책 없는 나그네를 돌보는 일입니다. 이 가르침이 무너지면 이스라엘의 존재 의미도 사라집니다. 모세는 이 사실을 강조하며 백성에게 엄히 요구합니다.
“당신들도 한때 이집트에서 나그네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를 섬기며, 그에게만 충성을 다하고, 그의 이름으로만 맹세하십시오.”(10:19~20)
민족 역사는 민족의 공동 기억입니다. 이 기억은 민족 정체성의 터가 되고 민족의 지향에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근대 우리 민족의 공동 기억에 일제강점기 수탈과 동족상잔의 아픔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슬픈 일들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출애굽 사건을 반복하여 기억하듯이 우리의 아픈 역사를 반추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번영을 위해 타인에게 굴욕을 안기는 시대는 거부해야 마땅합니다.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 남에게 불행을 요구하는 행위는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악입니다. 우리 민족은 폐허에서 일어선 재건의 기억과 주권재민의 절차적 민주 질서를 세웠습니다. 타인을 배제하며 힘을 숭배하며 증오를 일삼는 행위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악입니다.
주님, 지금 우리 민족이 할 일이 있다면 평화를 세우는 일입니다. 하지만 평화 대신 전쟁을 통해 여전히 힘을 숭배하는 이들의 저항이 거셉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를 여는 민족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2024. 1. 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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