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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종교
신명기 12:20~32
우리나라에서도 2027년부터는 개 식용을 위한 사육과 도축과 유통과 판매가 법으로 금지됩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국회는 일명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을 의결하였습니다. 고기나 가죽을 얻기 위하여 가축을 잡아 죽이는 일을 ‘도축’이라고 합니다. 축산물안전관리시스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69개의 도축장에서 지난 한 해 동안 소는 1,060,569두, 돼지는 18,767,479마리를 도축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포함하면 사람을 위해 도축되는 가축의 수가 어마어마 합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도축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을 백정이라 하여 천시하였습니다. 백정은 노비, 승려,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대장장이) 등과 함께 팔천(八賤)이라하여 차별당하고 천대받았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가장 천시받는 일을 하는 이스라엘에서는 가장 거룩한 일을 하는 레위인이 감당하였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일은 같지만 가치와 철학이 다르면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는 미개합니다. 무슨 일이든 그 일에 담긴 뜻을 살려야 합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모든 백성이 그 삶의 보전에 관심갖는 풍토를 만든 이스라엘이 대견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도축은 성소에서 매우 정결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세워지면서 생길 문제를 모세가 언급합니다.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당신들의 땅의 경계를 넓혀 주신 뒤에, 당신들이 고기 생각이 나서 고기를 먹겠다고 하면, 당신들은 언제든지 마음껏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12:20)
만일 예루살렘에서만 도축이 실행된다면 이스라엘의 국경 지역에 사는 백성은 상당히 먼 거리를 걸어야 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고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기는 상할 것이 분명합니다. 모세는 이러한 일을 예측하여 두 번(15, 20)이나 반복하여 자유로운 도축을 실행하라고 권면합니다. 다만 모세는 한가지 단서를 답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피는 먹어서는 안 됩니다. 피는 생명이고, 생명을 고기와 함께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12:23)
이 말씀을 통해 생명 존중 사상을 주입합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일은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대적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성물과 서원 등 희생 제사와 관련된 도축이 아닌 식용을 위한 일반 도축의 경우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오늘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있습니다. 종교가 사람의 삶을 제어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제한하거나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종교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권력화된 종교일수록 의미보다 문자에 매이기 십상입니다. 주님께서도 안식일의 올무에 매어 사는, 안식일 우상숭배자인 바리새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막 2:27)
주님, 오늘 교회 안에는 주님의 가르침을 순수하게 따르려는 이가 있는가 하면 2천 년 제도와 전통을 통해 얻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결을 잘 헤아려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2024. 1.2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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