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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배
신명기 13:1~18
어느 사회나 미혹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모세는 꿈으로 점을 치거나 표징과 기적으로 예언하는 이들의 등장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그들의 본질을 한 마디로 종살이하던 이집트에서 구원하신 하나님을 배반하는 일이라고 단정합니다(5, 10). 구원의 하나님을 부인하는 일은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끊어질 각오를 해야 하는 위험하고 무모한 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공동으로 인식하는 하나님은 적어도 두 가지가 기본입니다. 하나는 출애굽의 하나님, 곧 구원의 하나님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을 우주와 인류의 창조주로 받든다는 점입니다. 그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이삭과 야곱과 더불어 언약을 맺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약속의 당사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신인식을 거부하고 창조와 구원의 하나님 대신 다른 신, 곧 우상을 섬기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창조주 되심과 구원주 되심을 거부하는 행위는 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역사성과 전통을 무시하는 일이며 곧 정체성을 상실하는 처사입니다. 모세는 그런 자는 극단의 처벌을 하라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강력하게 주문합니다.
“그런 자들은 죽여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서 당신들은 당신들 가운데서 그런 악을 뿌리째 뽑아버려야 합니다.”(13:5b)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증인이 맨 먼저 돌로 치고, 그 다음에 모든 백성이 뒤따라서 돌로 치게 하십시오.”(13:9)
“돌로 쳐서 죽여야 합니다.”(13:10 b)
모세는 이런 일이 집단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고지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은혜로 주신 성읍에 불량한 사람이 나타나 “가서 다른 신을 섬기자”(13)고 부추길 것을 예기합니다. 그런 이들에 대한 모세의 응징은 섬뜩할 만큼 무섭습니다.
“당신들은 그 일을 자세히 조사하고 잘 알아보아서, 당신들 안에서 그런 역겨운 일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당신들은 그 성읍에 사는 주민을 칼로 쳐서 모두 죽이고, 그 성읍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과 집짐승도 칼로 쳐서 죽이십시오.”(13:14~15)
여기서 말하는 ‘불량배’는 무가치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런 자가 가치 있는 자처럼 위장하여 사람을 속이고 대중을 선동하여 이스라엘의 기존 가치를 훼손하고 전통의 질서를 붕괴시킵니다.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작은 여우가 포도원을 훼손하듯(아 2:15~17)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이 위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불량배만 죽는 것이 아니라 불량배의 농간에 놀아난 주민은 물론 가축까지 죽습니다. 여기서 불량배를 굳이 종교적 범주에서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역사의 굴곡을 지나면서도 훼손되지 않은 민족 정체성과 연연히 이어온 도덕적 가치와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은 시민 정신을 훼손하는 이야말로 불량배입니다. 철학도 없고 지도력도 없고 모범의 삶을 산 것도 아닌 무가치한 불량배가 한 나라의 지도자 인양 거들먹거리는 꼴이 눈꼴십니다.
주님, 교회도, 사회도 불량배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의인들이 고난을 받거나 숨죽이고 있습니다. 깨어있는 그리스도인과 시민이 되어 불량배의 농간을 물리칠 지혜의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2024. 1. 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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