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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젖으로 해서 안 될 일
신명기 14:1~21
모세는 <신명기> 설교를 통하여 출애굽 제2세대에게 ‘거룩한 백성’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지향이자 삶의 원리입니다. 출애굽 후 3개월 만에 이스라엘이 시내 광야에 머물 때 하나님께서 모세를 산으로 불러 언약을 맺었는데 그 골자가 거룩한 백성입니다.
“너희의 나라는 나를 섬기는 제사장 나라가 되고, 너희는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출 19:6)
하나님은 거룩한 백성을 삼기 위하여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이스라엘을 구하셨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후 가나안 땅 진입을 눈앞에 둔 백성에게 모세는 다시 이를 확인합니다.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입니다. 주님께서 땅 위에 있는 많은 백성 가운데서 당신들을 선택하여, 자기의 귀중한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14:2)
이스라엘은 아무거나 먹을 수 없습니다. 먹거리로부터 자유 하지 못한 이유는 이스라엘이 거룩한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을 가려먹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육상 동물에게는 두 쪽으로 갈라진 굽과 되새김의 여부가 중요했고, 물고기는 지느러미와 비늘이 척도입니다. 깨끗한 새와 깨끗한 곤충도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우리는 정확히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생명에 가까운 것은 정결한 것으로 간주하고 죽음에 가까운 것은 부정하게 본 듯합니다. 대체로 습생이 깨끗하고 성격이 온순한 것들이 사람의 먹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정결한 것은 좋고 부정한 것은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들어간 짐승은 정함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홍수 심판을 면했습니다. 모세는 다시 한번 거룩한 백성을 강조합니다.
“당신들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므로, 저절로 죽은 것을 먹어서는 안 됩니다.”(14:21a)
“당신들은 새끼 염소를 제 어미의 젖에 삶지 마십시오.”(14:21c)
아마 당시에 가나안 종교에는 새끼를 어미의 젖으로 삶아 죽여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젖을 먹지 않고 자라는 포유류는 없습니다. 어미의 젖은 새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생명줄로 올가미를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으로 받습니다. 이는 앞서 ‘피는 먹지 말라’(12:23)는 말씀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생명은 소중합니다. 생명은 과정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을 경시하는 일은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맞서는 행위입니다. 하나님은 살리시는 하나님입니다. 아무리 꿩 잡는 게 매인 세상이라도 생명의 도리와 죽음의 원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삶의 원리를 죽임에 이용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증오를 일삼거나 평화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전쟁을 일삼는 행위를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보호라는 명분으로 약탈을 일삼고, 개혁이라는 논리로 정적을 제거하는 일은 경계하여야 합니다.
주님, 꽃을 꺾어 꽃병에 꽂으면서 전보다 더 생생하기를 기대하는 일은 난망입니다. 세상 이치가 생명의 도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하나님의 창조에 담긴 생명 사상을 배웁니다.
2024. 1. 2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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