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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와 기후
신명기 16:1~17
고대 인류는 수렵과 채집 경제로 생계를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곡식의 재배와 가축 사육에 성공하면서 인류는 비로소 생산 경제의 농업사회로 진입하였습니다. 이를 신석기 혁명, 또는 농업혁명이라고 합니다. 이는 기계와 증기기관을 통하여 생산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룬 18세기 산업혁명에 맞먹을 정도로 인류 발전에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로써 인류는 먹거리 문제 해결에 진일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문명 발생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추수한 곡식을 보관하고 가공하고 매매하는 등 수렵 경제에서는 없었던 사회 구조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물론 인류 공동체의 난제인 사회 계층도 이때 발생하였습니다. 고대 인류의 절기는 농업과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날씨와 기후에 따라 씨를 뿌려야 할 때와 거두어야 할 때를 가늠했습니다. 동양에서는 입춘이니 우수니, 경칩이니 춘분이니 하는 24절기가 있는데 이는 태양의 위치변화에 따라 계절을 세분한 것으로 자연현상을 이해하여 농사 일정에 적용한 점은 놀랍고 대견합니다. 설과 한가위를 중시한 우리 문화 역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근간에 의함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이스라엘도 기후 변화와 자연 질서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였습니다. 농사가 생업의 중심이던 시대에 계절 질서를 이해하고 기후에 따라 적응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왕이 나서서 기우제를 주관할 정도였습니다.
가나안 땅은 음력으로 1월부터 6월까지의 건기와 7월부터 12월까지의 우기로 나뉩니다. 7월에는 이른 비가 내리고, 12월에는 늦은 비가 내립니다. 파종은 8월경에 하고, 추수는 1~2월에 하여야 합니다. 이때를 간과하면 큰일납니다. 서쪽에서는 지중해성의 습한 바람이 불고 동쪽에서는 아라비아 사막의 건조한 바람이 붑니다. 북쪽의 대륙성 기후와 남쪽의 열대성 기후가 만나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덥고 밥에는 춥습니다.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로 보리 수확을 축하합니다. 하지만 농사 절기로서의 의미보다 이집트의 노예 삶에서 해방한 구원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출애굽은 단회적 사건이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이를 반복하여 하나님의 구원을 현재화했습니다. 칠칠절은 유월절이 지난 후 7주 후입니다. 맥추절, 오순절이라고도 합니다. 이때의 즐거움은 혼자만 누려서는 안 되고 종들과 레위인, 그리고 떠돌이와 고아와 과부 등 추수할 것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합니다(11). 초막절은 포도 등 과일의 추수를 기뻐하는 절기입니다. 역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기본입니다(14). 가장 부요한 절기에 이스라엘은 초막을 짓고 고난의 때를 추억하고 가난한 이들의 삶을 체휼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3대 절기 정신은 한결같이 구원의 기쁨, 그리고 이웃을 환대하는 정신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심각한 기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에는 기후의 주기적 변화를 예측하고 자연 질서를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순응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인류는 주체하지 못하는 욕망으로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기 전에 스스로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살고 있습니다. 정신 차려야 할 때입니다.
주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의 탐욕이 미화되어 기후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에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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