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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신명기 16:18~17:13
인류 공동체는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인종이 다른 말과 문화로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의견이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달라 충돌의 여지가 언제나 있습니다. 여간해서 화목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이해가 첨예하게 상반될 때 부딪힘은 불가피합니다. 나라 사이에 국익이 충돌하고 민족 감정이 고조되면 무력을 동원한 전쟁도 불사합니다. 가정이든, 사회든, 국가든 일촉즉발의 위기는 상존합니다. 파국이 오기 전에 더 참고 대화하고 제3의 길을 찾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영역입니다. 좋은 지도자란 공동체를 단일대오로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이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해하게 하며 그 간극을 줄여 제3의 길과 더 좋은 길을 찾는 역할을 하는데 정치의 책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이 땅의 정치지도자는 자기를 정의의 사도인 양 착각하고 상대는 악의 화신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이 정적 죽이기이고, 잘하는 짓이 제 편들기입니다. 염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릅니다. 무도하고 무례하고 무식한 이들이 역사 왜곡을 일삼고, 이념 싸움에 나라 꼴을 사납게 하고 있습니다. 애써 쌓아온 민주 질서의 퇴행은 불가피하고 국가 경쟁력은 퇴보하고 있습니다. 훗날 역사가 이 시대를 뭐라고 쓸지에 대한 염려조차 없습니다. 종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종교가 개입하여 분쟁이 심화되는 현상이 잦은데 이는 종교가 본연의 역할을 방기한 탓이며 권력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종교는 세상에 희망을 주지 못합니다.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생각과 이해의 차이가 물리적으로 나타날 때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재판관과 지도자 등 공직자 앞에 호소하는 일입니다.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는 공공성과 청렴도입니다. 맡은 일을 사심으로 하거나 흑심을 품어서는 큰일납니다. 특히 법정은 만인 앞에 공평해야 합니다. 성경의 재판관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판단하는 자입니다. 판결의 권위는 신적입니다. 그러므로 당사자는 판결에 복종하여야 합니다(17:10). 만일 거역하면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17:12). 그 정도로 법정의 권위는 절대적입니다.
“당신들은 재판에서 공정성을 잃어서도 안 되고, 사람의 얼굴을 보아주어서도 안 되며, 재판관이 뇌물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뇌물은 지혜 있는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하고,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듭니다. 당신들은 오직 정의만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당신들이 살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주시는 땅을 당신들이 차지할 것입니다.”(16:19~20)
오늘 이 땅의 공직사회가 보여주는 공공성은 부끄럽기 이를 데 없습니다. 특히 검찰의 제 식구 감싸는 모습은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합니다. 만일 이 나라가 망한다면 공공성을 버린 검찰 때문일 것입니다. 법 집행은 정의로워야 하고 엄정해야 하며 공평해야 합니다. 권력자를 의식하여 공정하지 않은 공직 수행은 그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기로 이끄는 망국 행위입니다.
주님, 사심으로 공직을 수행하여 나라 꼴을 어지럽히는 이들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이 땅의 주인인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판단할 의식을 주십시오. 공정하고 따뜻한 법 집행을 보고 싶습니다.
2024. 2. 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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