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왕의 길
시편 101:1~8
시편 101편은 다윗 왕의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다윗 왕의 즉위식에서 부른 노래이거나 기도로 보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윗은 막대한 권한과 힘을 행사하는 왕으로서 자신의 마음가짐과 처세를 분명히 하였습니다. 후대 왕들의 즉위식에도 반복하여 부름으로 왕의 자세와 태도를 엄격히 하였습니다. 이는 힘을 숭배하는 세속 군주와 다른 처세술이며 일반 군주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철학이 담긴 군주론입니다. 이는 다윗 언약과 연관이 있습니다(삼하 7:27). 다윗 언약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다윗의 집을 세우신다’(삼하 7:11~12)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이스라엘이라는 집에 거주하는 왕은 단순히 향유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가치의 능동적 실천자입니다.
이에 터하여 다윗 왕은 하나님을 향한 충성 서약을 밝힙니다. 다윗은 왕으로서 흠 없는 자로 살기를 다짐합니다. “나는 내 집에서 흠이 없는 마음으로 살렵니다.”(101:2) 세상의 어느 군주가 이런 바람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왕은 무흠하게 사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권한을 마음껏 행사하여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자리입니다. 왕의 자리란 어느 정도 흠이 있어도 허물이 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백성이 왕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흠하고 결백한 것이 아니라 다소간의 흠결이 있어도 주어진 권력을 행사하여 백성의 안전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백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하다가 윤리적 상처를 갖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 것이 군주를 향한 백성의 태도입니다. 도리어 세속 군주에게 도덕적 순결은 칭찬이 아니라 비아냥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흠결 없는 삶을 천명합니다. 물론 그런 의지를 갖는다고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음가짐은 칭찬하고 본받아야 마땅합니다.
“불의한 일은 눈앞에 얼씬도 못하게 하렵니다. 거스르는 행위를 미워하고, 그런 일에는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구부러진 생각을 멀리하고, 악한 일에는 함께 하지 않겠습니다.”(101:3~4)
이 나라 대통령이 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정적을 제거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권력 주변에 몰려있는 간신배들을 척결하고, 시민 알기를 우습게 아는 오만한 이들을 물리쳤으면 좋겠습니다. 사악한 이들을 쫓아내고 거짓말을 일삼는 이들의 입을 막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시민이 그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은 허구한 날 술 마시고 거의 매일 지각하고 혈세로 외국 순방만 하고, 제 집안 허물을 감싸는 데만 급급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윗 같은 도덕성은 난망이더라도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입니다. 시민이 불쌍하고 미래가 불안하고 역사가 통곡합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나는 이 땅에서 믿음직한 사람을 눈여겨보았다가, 내 곁에 있게 하고, 흠이 없이 사는 사람을 찾아서 나를 받들게 하렵니다.”(101:6)
지도자의 길은 아무나 갈 수 있는 쉬운 길이 아닙니다. 다윗은 무흠한 군주의 길을 걷고자 다짐했습니다. 다짐한다고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철학과 의지조차 없이 지도자의 자리를 지키는 일은 자신은 물론 시민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어서 정신 차리든지 자신 없는 자리라면 빨리 내려오는 게 좋습니다.
주님, 지도자의 도덕성은 권위의 상징이며 효과적인 리더십이기도 합니다. 이 땅에도 그런 지도자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4. 2. 5 월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