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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시작
마가복음 1:1~11
세상의 모든 일은 처음의 원형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복음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외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그 후 2천 년 세월을 지나며 처음의 원형에서 변형되거나 왜곡, 또는 비틀려졌거나 무뎌졌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혁주의(Reformed)는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이고, 라틴어 ‘아드 폰테스, Ad Fontes)는 잃어버렸던 ‘본질로 돌아가자’는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마가가 전하는 복음서에서 순수하고 오염되지 않은 처음 복음의 온전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시는 로마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였습니다. 로마는 주전 8세기경 이탈리아에서 생긴 작은 도시국가입니다. 주전 3세기 말에는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그 후 그리스를 점령한 후 BC 64년에는 이집트를 정복하므로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였습니다. 로마는 공화정을 실시하여 발전을 거듭하다가 율리우스 카이사르(BC 100~BC 44) 때에 1인 독재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공화파에 의하여 살해당하였습니다. 하지만 공화정이 실현되기는커녕 전보다 더한 독재가 시작되었는데 카이사르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권력을 장악하여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프린켑스, 로마의 제1시민’, ‘아우구스투스, 존귀한 사람’이라는 칭호를 얻었는데 바로 로마 제국의 황제를 칭하는 이름입니다. 로마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은 군대였습니다. 군대가 가는 길을 통하여 식민지가 늘었습니다. 로마는 그 길을 통하여 세계를 정복했고, 세계는 그 길을 통하여 로마로 통하였습니다. ‘모든 길은 직선’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로마 공병대는 지면에서 1.2미터를 파 모래를 깔고 다지고 그 위에 30센티미터의 자갈을 깔고 그 위에 다시 주먹만 한 돌과 호두만 한 돌을 켜켜이 깔아 몰타르로 접합합니다. 다시 자갈과 모래를 깔고 그 위에 평평한 돌을 깔아 길을 완성하였는데 그 길이가 무려 8만 5천 킬로미터에 이렀습니다.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기 위한 조치였지만 이 길을 따라서 로마의 언어와 종교와 사상과 문화와 건축 등 로마 스타일이 세계에 퍼졌습니다.
옥타비아누스가 제정을 시작한 주전 27년부터 약 200년 동안 로마 세계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로마가 주도하는 이런 세계 질서를 ‘팍스 로마나’라고 합니다. 평화라고는 하지만 힘에 의한 강요된 평화를 말합니다. 이런 시대에 유일하게 로마의 대적이 된 공동체가 바로 그리스도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어마 무시한 핍박에 직면했습니다. 주님은 티베리우스(재위 14~37) 때에 십자가형에 처해졌고, 칼리쿨라(제위 37~41), 클라우디우스(재위 41~54), 네로(재위 54~68), 베스파시아누스(재위 69~79)와 두 아들 티투스(재위 79~81)와 도미티아누스(재위 81~96) 때에 그리스도의 공동체는 핍박받았습니다. 핍박은 그 후 5현제(96~180)를 거쳐 4세기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마가복음은 60년대 후반에 로마에서 기록되었다고 봅니다. 핍박의 이유는 로마가 세상의 평화를 주도하던 무렵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다른 세상을 꿈꾸었기 때문이며, 로마가 만든 길을 외면하고 다른 길을 걷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주님, 로마와 다른 세상을 꿈꾼 대가로 주님의 제자들은 핍박받았습니다. 주님의 제자를 자처하는 오늘의 교회는 핍박을 받지 않습니다. 세상과 다른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처음 정신을 찾습니다.
2024. 2. 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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