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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책임감

묵상나눔 Navi Choi...............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4.02.14 15: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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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책임감
마가복음 3:1~19
이제는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코로나 펜데믹이 한창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되어 집합이 금지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시민들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며 이를 묵묵히 따랐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 일부는 이를 신앙의 근본인 예배를 방해는 일로 판단하여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며 현장 예배를 강행하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예배 행위를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 거부와 결부하여 해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배는 특정한 장소에 교인들이 함께 모여 거룩하게 드리는 신앙 행위입니다. 그런데 비상 상황에서도 그래야 할까요? 이런 문제는 예배에 대한 신학과 신앙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같은 고백을 하는 다수의 교인이 한자리에서 경건하게 예배하는 일이 좋습니다. 하지만 비상 상황에서도 그런 원칙에 매여 현장 예배만을 주장한다면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앙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생명보다 의식을 중히 여기는 광기의 종교 집단으로 이해하여 전도의 기회가 오더라도 반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이천 년 전 예수님도 맞닥뜨린 상황입니다. 주님께서 회당에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마침 그날이 안식일이었습니다. 주님을 고발하려는 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행한 일입니다(2). 주님은 그들의 악한 심보를 꿰뚫고 계셨습니다.
“안식일에 선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악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옳으냐? 죽이는 것이 옳으냐?”(3:4)
주님은 그들의 악한 심보에 대하여 노하셨습니다(5). 유대인의 예배는 의식에 머물렀지만, 주님의 예배는 의식 너머의 삶, 곧 생명이었습니다. 생명보다 의식을 중히 여기는 종교는 반드시 망합니다. 전통과 원리를 따라 ‘바르게 믿는다’는 구실로 신앙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타자를 위하지 않는 신앙은 가짜입니다. 다른 이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 된 종교는 미신에 불과합니다. 이웃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신앙 행위는 자기 욕망의 표출일 뿐입니다. 교회가 조롱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세는 자기 백성에 대한 책임감이 유달리 강했습니다. 우상을 숭배하며 축제를 벌이는 이스라엘에 대하여 분노하면서도 하나님께 이스라엘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하는데 그 기도가 결사적입니다. “이제 주님께서 그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시려면, 주님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저의 이름을 지워 주십시오”(출 32:32) 이런 마음은 바울에게도 있었습니다. 그리스도 성육신의 통로가 되고서도 예수님을 주로 고백하지 않는 동족에 대하여 비통한 마음을 토로합니다. “나에게는 큰 슬픔이 있고, 내 마음에는 끊임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나는, 육신으로 내 동족인 내 겨레를 위하는 일이면, 내가 저주를 받아서 그리스도에게서 끊어질지라도 달게 받겠습니다.”(롬 9:2~3) 신앙이란 모름지기 이래야 합니다. 신앙이란 이웃의 아픔과 슬픔에 반응하는 거룩한 행위입니다.
주님,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모든 아픔과 슬픔에 반응하지는 못하더라도 제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밝은 눈을 주시고 공감하는 마음과 협력할 의지와 용기를 주십시오.
2024. 2. 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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