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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마가복음 5:21~34
우리 속담에 ‘남의 염병이 제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늘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불의하고 탐욕스러운 전쟁이 일어나 어린이와 여성 등 노약자들이 고통당하고 있지만 그 아픔과 처절한 실상이 피부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기를 겪을 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을 건너 중국에 왔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안국에 신분이 노출된 탈북자의 좌불안석을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은행에서 빌린 전세 대출금으로 전세를 얻었다가 사기 피해를 입어 절망하던 중 설상가상으로 경매를 당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의 이웃이 있지만 남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남의 큰 아픔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픈 법입니다.
마가는 주님이 행하신 놀라운 네 가지의 기적을 연이어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자들과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맞닥뜨린 광풍을 잔잔케 한 이야기(3:35~41), 누구도 제어할 수 없던 거라사의 군대 귀신 들린 광인을 말끔히 고쳐주신 이야기(5:1~20), 그리고 두 이야기, 회당장 야이로의 딸의 죽을 병을 고치는 이야기와 혈루증 앓는 여인의 치유 사건입니다.
회당장 야이로가 주님께 와 ‘딸이 죽게 되었으니 오셔서 살게 해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야이로는 앓고 있는 딸 앞에서 아비로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신봉하였던 자신의 종교가 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였습니다. 아비로서의 무기력함과 유대교의 무기력에 절망할 즈음 주님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달음에 달려와 주님 발 앞에 엎드렸습니다. 주님은 아비의 간절한 마음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야이로와 함께 그의 집을 향하여 바투 걸어가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뒤따라오며 주님을 밀었습니다. 무리 중에는 혈루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여러 의사에게 몸을 보이고 돈을 썼지만 고생만 하고 어떤 효과도 없었습니다. 여인의 삶이 인생무상입니다. 누구나 건강한 삶을 추구하나 모두가 그렇게 살지는 않습니다. 고치기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나 효과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을 찾아 부단히 애쓰는 데 비하여 행복감을 느끼는 일은 너무 야박합니다. 여인은 무리 중에 섞여 걸으면서 주님이 자신의 오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체하지 않고 주님의 옷에 손을 대었습니다. 순간 여인은 자신의 병이 나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 느낌은 주님에게도 있었습니다. 주님은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안심하고 가거라. 그리고 이 병에서 벗어나서 건강하여라.”(5:34)
한시가 바쁜 길에서 여인과의 일로 머뭇거리는 주님을 보는 야이로의 착잡한 모습을 상상합니다. 마가복음에 야이로가 조급해하는 장면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가 남의 아픔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짐작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와보지 않고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알 수 없습니다. 생명의 존엄성과 인격의 자존감을 위협하는 문제가 어떤 이들에게는 약간 불편하고 불쾌할 뿐입니다.
주님, 믿음 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주님의 은총을 함께 누리는 공생의 마음을 주셔서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옵소서.
2024. 2. 21(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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