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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지혜
마가복음 7:14~23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지표면에서 관찰하는 지구의 곡률이 워낙 완만해서 여간해서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중력의 법칙을 모르는 입장에서 지구가 구 모양이라면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도 이해불가 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구가 구형이라는 점은 이미 오래전,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논의되고 증명된 사실입니다. 지구가 둥근 구 형태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사람은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BC 624~BC 545?)입니다. 그 후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와 에라토스테네스(BC 276~BC 194) 등의 철학자들도 이를 입증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관장이었던 에스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46,250km로 측정하였는데 실제 지구의 둘레인 40,009km와 근사치였습니다. 그는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궤도에 대해서도 23,855。 기울어졌다고 측정하였는데 실제 자전축의 기울기는 23.4。입니다. 뿐만 아니라 달의 지름을 지구의 0.25배로 측정하였는데 실제는 0.273배입니다. 지금부터 2,300년도 더 전에 이런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렇듯 지성 사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지구가 둥근 구 모양이라고 인식되었으며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이론이 있었으나 대부분 사람들은 평평한 세상과 천동설을 상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바다 끝으로 가면 끝을 알 수 없는 벼랑이 있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코페르니쿠스(1473~1543)와 갈릴레이(1564~1642), 캐플러(1571~1630)와 뉴턴(1643~1727)이 과학적 진실을 주장하였으나 당시 대중은 이해하기 버거웠습니다. 특히 천년이 넘도록 기득권을 누리던 교회는 이런 학문 활동을 반교회적으로 규정하여 핍박하였습니다. 반교회적인 일이 도리어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신비를 밝힌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진리를 추구하면서 진실을 배척하는 그 교회는 지금도 우리 곁에 있습니다.
“너희도 아직 깨닫지 못하느냐?”(7:18)
주님은 제자들을 질책하셨습니다. 제자들의 지식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지혜의 부족을 지적하신 셈입니다. 사람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입증하는 과학적 진리도 그렇지만 사유와 추론을 통해 얻는 진리도 그렇습니다. 지식은 사물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인식의 문제인데 비하여 지혜는 지식을 공동체에 유익하게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지식은 자신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게 하지만 지혜는 자신이 더 많이 알지 못한다는 점을 부끄럽게 합니다. 지식은 학교나 책, 인터넷을 통하여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많은 생각과 시행착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축적됩니다. 무엇보다 지혜는 질문을 통해 얻습니다. 지식은 질문하는 능력을 배양합니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란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 데 있습니다. 오늘 교회 역시도 신앙의 지혜보다 교리적 지식에 함몰된 듯합니다.
주님, 생각하기를 멈춘 시민이 만드는 세상은 결과가 뻔합니다. 교회도 일반입니다. 좋은 세상은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지혜로운 이들을 통해 옵니다. 이 세상에 지식보다 지혜가 편만해지기를 빕니다.
2024. 2. 2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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