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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람들의 정담이 오고가는 대청마루입니다. 무슨 글이든 좋아요. |
언제나 배고픕니다
마가복음 8:1~13
“그 무렵에 다시 큰 무리가 모여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었다.”(8:1)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원근 각처에서 모인 유대 백성에 대한 마가의 기록이 가슴 아픕니다. 1세기 갈릴리에 사는 사람들은 삶의 기쁨보다 비애가 컸고 행복감은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마지못해 살아야 했습니다. 이미 유대의 국운은 기울어져 왕은 있었으나 로마의 앞잡이가 되어 황제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였고, 유대인의 정체성을 모르는 로마 총독이 유대를 다스리므로 유대인의 민족 자긍심은 무참히 떨어졌습니다. 경제 수탈도 심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요단강 유역을 제외하고는 대개 척박한 토지에서 농업과 목축업을 하였고, 갈릴리에서는 수산업에 종사하였는데 로마의 징세가 무도하고 과했습니다. 세리들은 정한 세 외에 자기 몫을 챙기느라 백성의 짐은 과중하였습니다. 게다가 제사장과 레위인을 위한 십일조 등 종교세의 짐도 져야 했는데 농민들의 경우 소득의 60% 정도를 국가와 종교에 빼앗겼습니다. 나라는 패망을 향해 치달리는데 왕과 관료들, 그리고 종교의 재산은 점점 늘었습니다. 그런 세상에는 정신이상 된 이들이 가득했고 거의 다 가난했습니다. 집뿐만 아니라 옷까지 저당을 잡혀야 할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자식과 함께 고리대금업자의 종이 되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신이기도 한 희년은 시행되지 않았고 고엘 제도도 사문화되었습니다. 부자와 권력자들은 예루살렘에 몰려 살았고 지방에는 가난한 이들이 살았습니다.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으나 권력을 틀어쥔 자들은 책임있는 정책을 내어놓지 않았습니다. 민족 전통에 터한 종교가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계층에 따라 사두개파와 바리새파, 엣세네파, 열심당으로 나뉘어 자기 이권에만 관심이 있어 사회 통합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중은 언제나 배고픕니다.
그때만 그런 게 아닙니다. 지금도 시민은 여전히 허기져 있습니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학대학 학생 정원 늘리는 문제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환자와 시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진정성은 어디서도 읽을 수 없습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의료 공백이 체감되고 있습니다. 80대의 심정지 환자가 병원 7곳에서 거부당해 결국 숨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생명을 가지고 장난하는 이들이 있고, 그것으로 자기 이권을 강화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시민은 배가 고픕니다.
“저 무리가 나와 함께 있은 지가 벌써 사흘이나 되었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가엾다. 내가 그들을 굶은 채로 집으로 돌려보내면, 길에서 쓰러질 것이다. 더구나 그 가운데는 먼 데서 온 사람들도 있다.”(8:2~3)
굳이 이런 문제까지 주님이 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리 중에는 먼 데서 온 사람도 있어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비참할지를 주님은 아셨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있던 공동체의 재산 빵 일곱 개와 약간의 물고기로 거기에 모인 사람을 배불리먹이셨습니다. 이 시대가 기다리는 지도자는 능력보다도 약함과 아픔과 서러움을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은 여전히 배가 고픕니다.
주님, 이 땅에는 여전히 허기진 이들이 많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유족들,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눈물을 씻어주시고 그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십시오.
2024. 3. 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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