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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가복음 10:13~22
1923년, 이 땅에는 비로소 어린이가 등장하였습니다. 그전에는 동몽(童蒙), 아동, 소년, 아이, 어린 것, 사내아이, 계집아이 등으로 불리던 아이들을 ‘늙은이와 젊은이와 동등한 존재’라는 뜻을 담아 ‘어린이’로 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처음을 방정환 선생이 시작하였습니다. 유교적 사고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에 단순히 어른의 부속물에 불과하던 아이를 대접하여 ‘어린이’로 불렀습니다. 방정환과 뜻있는 어른들이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 이발이나 목욕을 때맞춰 해주세요,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세요, 산보와 소풍을 가끔 시켜주세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일제는 1937년에 어린이날 행사를 금지하고 어린이 단체도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광복 후인 1946년에서야 조선건국준비위원회에 의하여 지금과 같은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부활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다니는 배움터를 ‘국민 학교’라고 했고, 더 어린 동생들은 ‘유치원’을 다녔습니다. 그 국민 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국민 학교’란 지금의 초등학교 과정을 이르는 말인데 본래 ‘보통학교’, ‘소학교’로 부르다가 일제 강점기 전쟁이 고조되던 때에 국민 동원을 지지하는 의도로 1941년에 일왕의 칙령으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 뜻은 ‘대한국민의 학교’가 아니라 ‘황국신민의 학교’입니다. 1996년에 와서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일제가 만든 ‘유치원’은 아직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사용하던 말 가운데 ‘불령선인(不逞鮮人)’이 있습니다. 조선총독부의 명령을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사람, 독립운동 하는 사람, 일본인을 폭행하거나 살해한 조선인, 일본어 사용을 거부하고 반대를 주도하는 자,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지 않거나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자가 이에 해당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불령선인 제1호는 여운형 선생이었다고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아이들은 천더기 신세였습니다. 그런데 유독 주님은 어린이들을 소중히 여기셨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데려와 예수님의 손길이 닿기를 구하였습니다. 어른들의 이런 행위에는 ‘우리는 비록 희망 없는 시대를 살고 있으나 이 아이들은 밝은 세상을 살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주님의 제자들이 이를 귀찮아하며 사람들을 야단쳤습니다. 이를 보신 주님이 노하셨습니다(14).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말아라. 하나님 나라는 이런 사람들의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10:14~15)
천국은 어린이가 있고 지옥은 어린이가 없다는 말이 맞다면 우리 시대 교회에서 천국 찾기가 힘들고, 이 나라 역시 지옥을 향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처럼 연약한 이가 존중받지 않는 세상은 지옥입니다.
주님, 제게도 어린이와 같은 믿음을 주십시오. 쓸모없는 고집과 교만을 버리고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 가르침을 따르게 하옵소서. 어린이가 되지 않고서는 주님의 백성이 될 수 없습니다.
2024. 3. 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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